[wide&deep] “美처럼 시장과 소통을”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 목소리
입력 2014-04-11 02:46
여야·금융권 도입 논의 수면위로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지침)에서 금리인상 요건 중 하나로 제시한 ‘실업률 6.5%’ 기준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이같이 발표했다. 미국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실업률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돼 제시했던 가이드라인에 근접해오자 시장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시장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을 통해 예상이 맞았음을 확인하자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을 확신하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명시적인 시그널(신호)을 전달하는 소통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장 참가자들은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연준은 2013년 12월 실업률이 6.5% 이하로 하락한 이후에도 물가예상치가 2%를 넘지 않는 한 현재의 정책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고 공표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이 시장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치권, 시장 등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 논의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줄고 있어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도 지난달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매달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다”며 포워드 가이던스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중수 전 총재 시절 한은이 보여준 시그널과 기준금리 결정이 다르게 움직이면서 ‘왼쪽 깜빡이를 켜놓고 우회전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김 전 총재가 물가인상 가능성과 저금리 정책기조에 대한 문제점을 수차례 제기해 시장이 금리인상을 예상하게 해놓고 동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결정된다면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계획을 갖고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주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총재는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금통위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외국 중앙은행이 하는 방식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할 여건은 아니다”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도 포워드 가이던스가 참고할 만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고 정책수단이라며 필요에 따라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답했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중앙은행의 전망능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선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의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며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가 너무 모호하면 (시장을) 오도할 소지가 있고, 너무 복잡하면 해석을 두고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공개된 2014년도 제5차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이자율 기대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경우에 따라 이자율 기대도 낮추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관련된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국제금융연구시장은 “포워드 가이던스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에 있기 때문에 정책금리 조정 여지가 없어 시장 기대를 통해 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한국은 기준금리를 조정할 여지가 있어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통화정책이나 경기판단 등에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ey Word-포워드 가이던스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명시적인 시그널을 전달하는 소통방식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도입했다. 중앙은행이 시장과 소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