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광구서 잇단 낭보… 자원개발은 계속된다
입력 2014-04-11 02:01
국내 에너지기업의 해외광구 확보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주춤했던 해외 자원개발이 다시 활기를 찾는 분위기다.
지난 2일 한국석유공사가 이라크 아르빌 지역의 하울러 광구에서 원유를 발견한 데 이어, 7일에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생산광구 2곳을 확보했다는 낭보를 전해 왔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자원개발 대표 공기업과 민간 최대 석유개발 기업이 잇달아 광구를 확보한 것이다.
특히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해외 자원개발을 담당하는 공기업들이 최근 정부의 경영 정상화 목표에 따라 해외광구 자산을 매각하는 등 부채 감축에 나서면서 ‘해외 자원개발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의 광구 확보 소식이 해외 자원개발 ‘포기’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하울러 탐사 광구에서 지분 비중 15%에 따라 약 39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그랜트·가필드 생산광구와 텍사스주의 크레인 생산광구를 인수하며 약 19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두 회사가 확보한 원유는 총 5800만 배럴 수준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약 27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그랜트·가필드 생산광구의 운영권을 확보해 원유를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국내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이명박정부 당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수조원대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경제성이나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 식의 자원개발만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투자가 8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수십조원대 부채를 안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받았다. 박근혜정부는 공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삼고 해외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채 규모 축소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해외광구 자산매각을 검토하는 등 정부 차원의 해외 자원개발은 고사 위기에 처한 듯했다.
일각에서는 셰일오일, 셰일가스 등 비(非)전통자원이 등장하며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내려진 정부 결정에 우려를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의 공기업 해외 자원개발 실태를 두고 “길게 바라보고 투자해야 하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단기간의 성과 위주로 판단해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외 자원개발은 성공까지 짧게는 3∼4년, 길게는 20∼30년이 걸린다. 또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만 중시하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석유생산광구 인수는 1997년 미국 진출 이후 무려 17년이 걸렸다. 2005년에는 미국 가스전 탐사가 실패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석유공사의 하울러 광구 성과도 2007년 첫 탐사가 이뤄진 뒤 7년 만의 결실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0일 “에너지 안보가 하루가 다르게 중요해지는 요즘, 해외자원 확보는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국정 과제”라며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