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 안 부러운 효자 프로그램, 시청률 들었다 놨다… 굵게 오래 간다
입력 2014-04-11 02:37
국민 MC는 없다. 잘 나가는 연예인도 나오지 않는다. 스타 PD·작가가 맡지도 않았다. 수십억 원 제작비는커녕 예산은 줄이고 또 줄였다. 그래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리모콘이 향한다. 기획·제작·파일럿·내부평가를 거치고 나서도 짧으면 한 달 만에 유명을 달리하는 프로그램 입장에서 ‘장수’라는 타이틀은 부럽기만 하다. 그런데 가늘고 길게만 가는 줄 알았던 장수 프로그램들이 달라졌다. 동시간대 시청률 선두는 물론 방송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와 간판 예능을 제치고 있다.
◇대작 드라마·간판 예능 쑥스럽네=MC 송해(89)의 “여러분 안녕하세요”와 익숙한 실로폰 소리로 일요일 정오를 여는 KBS ‘전국노래자랑’은 내년이면 방송 35주년을 맞는다. 스포츠 선수로 치면 은퇴를 바라볼 나이지만 성적은 아주 좋다. 지난 6일 방송된 경기도 오산시 편은 시청률 12%(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합쳐 주간 예능 4위, 종합 11위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아마추어 노래대회는 같은 날 방송한 KBS 간판 예능 ‘해피 선데이’(10.7%)를 제쳤고 무려 100억원을 넘게 투입한 드라마 ‘감격시대’(12.3%)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SBS 사정도 비슷하다. 1998년 시작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3일 방송에서 시청률 12.3%를 기록했다. ‘신의 선물-14일’(9.2%) ‘쓰리 데이즈’(11.9%) ‘엔젤 아이즈’(6.6%) 등 지난주 드라마를 모두 제쳤고 ‘일요일이 좋다’(10.8%) ‘힐링캠프’(5.8%)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평일마다 방송되고 있는 MBC ‘리얼스토리 눈’(8.3%)도 지난주 ‘황금어장 라디오스타’(5.4%) ‘사남일녀’(4.0%) ‘나 혼자 산다’(6.8%)를 압도했다. 지상파 예능 브랜드로 따지면 독보적인 MBC ‘무한도전’(10%)이 머쓱해지는 성적표다.
이밖에 KBS ‘인간극장’(11.4%) ‘러브 인 아시아’(10.8%) ‘한국인의 밥상’(10.6%) ‘남북의 창’(10%) ‘다큐멘터리 3일’(10%) ‘가요무대’(9.4%), MBC ‘서프라이즈’(6.9%) ‘출발 비디오 여행’(6.3%), SBS ‘궁금한 이야기 Y’(11.1%) ‘TV 동물농장’(10.6%) ‘도전 1000곡’(9.5%) 등도 적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올려주는 대표적인 효자 프로그램이다. ‘무한 재방’으로 불리는 케이블 편성의 한 축이기도 하다.
◇수익 창출에만 골몰하지 말고 교훈 얻어야=물론 단순 시청률을 통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 편성시간에 따른 가시청인구(시청 가능 인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젊은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의 줄임말)에 매달리지 않는다. 인터넷 다시보기와 다운로드 등 시청 패턴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폭증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IPTV, DMB 등을 통한 시청도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한 시청률 조사회사 관계자는 “주말 저녁 여가를 즐기는 인구를 감안해 시청률을 살펴봐야 한다. 평일 저녁이나 일요일 오전에 가시청인구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수 프로그램들의 선전을 단순히 중장년층의 지지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특정 세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위 황금시간대 편성을 보면 2차 판권 등 상업적 수익을 노리는 편성에 치우쳐 있는데 일반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호를 반영하는 프로그램 발굴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