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전설의 레슬러’ 워리어의 죽음에 30대 남성들 SNS 추억담 쏟아내
입력 2014-04-11 02:37
[친절한 쿡기자] 50대 프로레슬러의 죽음에 세계가 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데일의 한 호텔 인근에서 아내와 함께 걷다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미국 프로레슬링 WWF(현 WWE) 챔피언 출신 얼티밋 워리어(55)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뒀습니다.
링 위에서 상대 선수의 맹렬한 공격을 분노의 에너지로 바꾸고 역공을 펼쳐 승부를 뒤집은 워리어도 세월을 이겨내진 못했죠.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예전과 같지 않지만 워리어를 추모하는 물결은 10일까지 잦아들지 않고 SNS에 쏟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3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추모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지금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열광하고 있지만 한 때 워리어는 단순한 프로레슬러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이죠. 걸프전의 발발, 베를린장벽의 붕괴,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 등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1990년 당시 초·중학생이었던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은 어쩌면 워리어의 챔피언 등극이었을 겁니다. 그해 4월 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WWF의 메인이벤트 ‘레슬마니아 6’에서 헐크 호건(61)을 들어올렸다 바닥으로 내던지고 챔피언벨트를 빼앗은 워리어에게 초·중학교 남학생들은 폭발적으로 열광했죠.
‘워리어 추모’에는 초·중학생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SNS에는 “초등학교 학예회 때 워리어로 분장하고 급우들에게 기술을 보여주다 팔이 부러졌다” “프로레슬링이 진짜 싸움인지 아닌지를 놓고 친구와 내기를 했었다”는 추억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워리어로 분장한 어린 시절의 사진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워리어와 비슷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현역 선수로 활동하는 ‘슈퍼스타’ 언더테이커(49)의 심각한 뇌진탕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9일 SNS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부축을 받으며 앰뷸런스에 올라타는 언더테이커를 포착한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언더테이커는 지난 6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메르세데스벤츠 슈퍼돔에서 열린 WWE ‘레슬매니아 30’을 마친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합니다.
상대인 브룩 레스너(37)로부터 ‘F5’ 기술을 세 차례 당하면서 뇌진탕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5’는 상대를 어깨까지 들어올린 뒤 바닥으로 던지는 레스너의 주무기입니다. 합을 맞춰 그대로 재현하는 공연인 프로레슬링의 기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WWE는 전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언더테이커가 CT 촬영을 마치고 퇴원했지만 심각한 수준의 뇌진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숨진 워리어는 물론이고 링 위에서 포효하는 언더테이커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겁니다. 30대 남성들이 워리어를 애도하고 언더테이커에게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자신의 유년기에 대한 작별인사일지도 모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