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연합신학대 前 총장 림택권 목사 “우물을 양보하는 이삭처럼, 교회도 가진 것 내려 놓아야”
입력 2014-04-11 02:28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을 지낸 림택권(81) 목사는 원로급 지도자이자 기본에 충실한 설교자로 정평이 나 있다. 황해도 은율 출신인 림 목사는 총신대를 졸업하고 1967년 미국 필라델피아한인연합교회를 담임하며 이민 목회의 모델을 제시했다. 미 웨스트민스터신학대에서 15년간 강의했던 그는 98년 아신대 총장에 부임해 8년간 재직했다. 10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림 목사를 만나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과 목회의 본질에 대해 들어봤다.
-총장 퇴임 후 어떻게 지내십니까.
“동네 교회를 돌며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어요. 몇 시간씩 말씀 묵상을 하는데 은혜를 받으면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거나 일어나 춤도 춥니다. 2007년부터는 ‘성경적성경연구원’을 운영하며 1주일에 한 번씩 후배 목회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있어요. 성도들이 있는 현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기도 하지요.”
-현장에서 만난 성도들은 무엇을 원하든가요.
“성도들은 정말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목회자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목사님만은 제발 돈, 명예 초월하고 예수님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현장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깊이 있는 설교를 해오셨습니다.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하십니까.
“‘3-1-2원칙’만 잘 지키면 됩니다. ‘3’은 3인칭 관점에서 성경 말씀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성경 자체가 무엇을 말씀하는지 연구하는 과정이죠. ‘1’은 1인칭 관점으로 그 말씀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슴으로 와 닿는 것을 말합니다. 그 다음은 ‘2’입니다. 2인칭인데 ‘말씀에 따라 당신들이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라고 설교하는 것이죠. 문제는 ‘1’을 빼먹은 채 열심히 성경공부만 한 뒤 2인칭 설교를 한다는 것입니다. 1인칭이 빠진 상태를 ‘외식’이라고 합니다. 그런 설교는 공허해요.”
-교회가 영적 침체에 빠지고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습니다.
“마치 사사기 시대를 보는 것 같아요. 사사기 시대는 왕이 없으니 백성 모두가 자기 좋을 대로 행동했어요.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잘살게 됐지만 형식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져 윤택하게 사는, 종교성만 남은 상태죠. 동양적 관점에서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악하다’고 합니다. 성경에선 악한 것은 ‘하나님을 떠난 상태’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패악을 참으십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 백성들이 외세의 침입으로 환란을 당하면 부르짖고 주님은 그 부르짖음에 사사를 보내십니다. 사사기는 이런 사이클의 반복입니다. 지금의 문제는 한국교회 문제일 수도 있지만 더 크게 보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문제, 주님이 재림하실 때까지의 문제라고 봐요. 인간의 본성은 하나님을 떠나게 돼 있어요. 문제해결의 본질은 기본, 즉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게 회개입니다.”
-사회가 교회에 바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받은 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창세기 26장을 보면 이삭이 팠던 우물을 블레셋 사람들이 와서 막습니다. 이때 이삭은 그들과 다투지 않고 양보합니다. 그리고 다시 우물을 팝니다. 이런 일을 반복하니 블레셋 지도자가 그걸 보고 이삭에게 ‘내가 보니 당신은 분명 하나님과 함께하는 게 분명하다. 당신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능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음에도 그걸 내려놓고 포기할 때 비신자들은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말합니다. 일류 대학에 진학하고 사업과 일에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신자들은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주님을 만납니다. 비신자들로부터 ‘정말 당신은 하나님과 함께한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신앙은 무엇일까요.
“신자와 비신자의 차이는 인생의 결론, 죽음 건너편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땅에 사는 동안 인생에서 성공 혹은 실패의 결론을 내리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 결론을 얻지 못했더라도 죽음 이후에도 삶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고난은 장차 얻을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오래된 찬송가를 한번 보십시오. 가사 중 마지막 절은 저 천국에 소망을 둔다는 내용입니다. 삶을 마치기 전 무엇인가 얻으려고 하면 안돼요. 신앙은 하나님 앞에 복을 받기 위한 조건이라기보다 주신 복을 감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뉘우침입니다. 신학적으로 그걸 성화라고 합니다. 계속되는 회개, 그것이 신앙생활입니다.”
-목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과거 선배 목회자들이 이런 말을 했어요. ‘설교 잘하면 3년은 교회를 이끌 수 있고 부지런히 심방하면 5년은 이끌 수 있다. 하지만 평생 목회 하려면 삶을 통해 생활목회를 보여줘야 한다’고요. 경험상 설교 못해서 쫓겨난 목사님은 하나도 없습니다. 목회는 마라톤입니다. 사심을 내려놓고 성경말씀을 제외한 다른 문제에서 ‘잘 모른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일수록 목회자의 권위는 높아지게 돼 있습니다.”
-후배 목회자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첫째, 사명감이 뚜렷해야 합니다. 사명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주관적인 사명과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당신은 목사답다’는 객관적인 소명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은 사명을 받았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면 뭔가 문제가 있겠죠. 둘째, 하나님의 역사를 바로 보는 것입니다. 역사는 사건의 연속입니다. 당장에 악이 승리하고 선이 지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선이 승리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는 시대를 바로보기 위해 신문을 읽어야 하고 정의의 편에 서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야 해요. 셋째, 양심을 지켜야 합니다. 신앙이 살아 숨 쉬는 장소는 양심입니다. 베드로후서에서 볼 수 있듯 양심은 하나님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늘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들고 있어야 해요.”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