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무인기

입력 2014-04-11 02:26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죽음을 부르는 관료(the lethal bureaucrat)’로 불렸다. 미 외교전문잡지 포린 폴리시가 지난해 1월 브레넌이 CIA 국장에 지명됐을 때 붙인 별칭이다. 그는 CIA 국장이 되기 전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드론(무인기) 작전을 총괄 지휘한 책임자였다. 그가 펼친 드론 작전으로 2000명 넘는 인명이 사살됐으니 그런 무시무시한 별명을 붙인 듯하다.

드론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개발되기 시작했다. 사용연한이 지난 유인항공기를 전투기나 고사포의 표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개발한 게 드론이다. 비행 시 수벌처럼 ‘윙윙’ 소리를 낸다고 해서 미국에선 무인기(UAV·unmanned aerial vehicle)라는 용어보다 드론(drone)으로 통용된다. 초기에는 정찰과 감시가 주요 임무였으나 기술의 발달로 발전을 거듭해 항공모함 이착륙이 가능한 가공할 공격용 무기로까지 진화했다.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잇달아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초보 단계의 정찰기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기술 개발 여하에 따라 북한의 무인기 제조 능력이 정찰과 공격이 가능한 프레데터나 리퍼급으로 발전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벌레 크기의 소형 드론은 요인을 암살하는 치명적 무기로 쓰일 수 있다.

현재 50개국 넘는 나라에서 무인기가 개발되고 있고, 160종 가까운 무인기가 운용 중이라고 한다. 태양광을 이용해 영원히 비행 가능한 무인기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크기도 수㎝에서부터 20여m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쓰임새 또한 군사용에서 영화·드라마 촬영, 스포츠 중계, 택배, 대기 관측 등 민간용으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드론으로 소비자가 주문한 물품을 배달하는 시대가 열렸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무인기를 볼 수 있다. 북한 무인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우리 주변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 국내 무인기도 두려운 존재다. 무인기에 카메라만 장착하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10여개 주에서 드론의 주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기 추락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무인기 관련 법과 제도 정비에 착수할 모양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사생활 침해를 막는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