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자연과 조화를 이룬 궁궐 창덕궁
입력 2014-04-11 02:26
조선의 왕들은 이궁인 창덕궁을 사랑하여 300여년간 살았다. 평지에 지은 정궁인 경복궁이 광화문과 근정전을 일직선으로 배치하여 근엄한 위상을 가졌다면 창덕궁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지형에 따라 전각을 지어 마치 마을처럼 이루어졌다. 담장도 그리 높지 않고 후원의 숲이 따뜻하게 감싸 정겨운 궁궐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의 궁궐은 대개 웅장하다. 막대한 세금과 인력을 동원해 권력자의 높은 위상을 과시했다. 조선의 왕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궁궐 같지 않은 궁궐에 살았다. 임진왜란 때 도성을 점령한 왜군은 도망가면서 모든 궁궐을 불살랐다. 조선왕조가 도성을 회복한 후 첫 번째로 창덕궁을 복원했고, 이후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창덕궁 전각들은 운치가 있다. 커다란 인정전이 남향으로 든든히 서 있고, 동향 서향으로 지어진 건물이 가로 세로 빽빽이 들어서 있다. 산줄기를 따라 숨어 있는 듯한 전각이 나오기도 한다.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면 빈 공간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금천교를 지나 왼쪽으로 다시 꺾어야 인정전이 나온다. 유네스코는 연 140만명이 찾는 창덕궁을 “동아시아 궁전 건축사에서 비정형적 조형미를 간직한 궁으로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와 배치가 탁월하다”면서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