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논란도 끝났으니 정책선거에 주력해야
입력 2014-04-11 02:51
새정치는 여야가 함께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철회함에 따라 여당은 공천을 하고, 야당은 공천하지 않는 기이한 선거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우리 헌정사에 무수한 곡절이 있었지만 서로 다른 룰로 선거를 치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여야 모두 기초선거 무공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같은 조건으로 선거에 임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번 결정으로 통합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무공천이라는 대선공약 이행을 창당의 최대 명분으로 내걸었다가 당론과 여론에 밀려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속과 신뢰를 새정치의 핵심 아이콘으로 내세웠던 안 대표의 경우 공약 파기로 정치적 이미지에 상처를 입게 됐다.
하지만 안 대표의 리더십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민주국가에서 박근혜 대통령 스타일의 ‘원칙주의’가 꼭 지고지선은 아니다.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지도력의 중요한 부분이다. 기초선거 공천 문제만 하더라도 명분과 실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당과 국민의 의견을 물어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은 신뢰의 정치를 포기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시점에서 안 대표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앞장서기로 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당면 과제는 당을 신속하게 선거체제로 전환해 새누리당과의 멋진 한판승부를 준비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 관철에 집중하느라 선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지지도에서 여당에 밀리고 있는 것은 당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만큼 조직정비를 서둘러야겠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천이다. 기초선거 공천의 경우 새누리당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새정치연합은 공천의 기본 룰조차 없다.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에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두 통합 주체 간 공천 지분 경쟁으로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행여나 양측이 공천 지분문제로 격하게 대립할 경우 당이 새정치 추구는커녕 구 정치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개혁공천을 약속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새누리당은 국정을 함께 논의해야 할 새정치연합과 안 대표를 흠집 내는 데 올인할 게 아니라 공정하고도 공명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나서길 권한다. 사실 안 대표가 강조해 온 새정치는 안 대표의 전유물이 아니라 여야가 계속해서 함께 추구해야 할 중요 가치이다. 선거에서의 새정치는 후보들이 사생결단식 인신공격을 자제하고 국익과 민생문제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 선거가 되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은 집권당의 기본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