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국정과제 평가 1위 국방부의 추락

입력 2014-04-11 02:41


지난 2월 6일 신년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국방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부처별 국정과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수고하셨다. 감사하다”며 치하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안보 위기 속에 전방위 대비 태세를 강화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소 포커페이스로 알려진 김 장관도 대통령의 칭찬을 듣고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군의 방공망은 북한 소형 무인기에 전방위로 뚫렸고, 김 장관은 문책론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순항하던 국방부가 왜 이렇게 추락하게 됐을까. 무엇보다 북한의 핵·장거리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에 주력해오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 개발에 대한 첩보 수집에 실패했고, 전술적 효용성도 간과했다.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북한이 소형 무인기를 제작하고 있다는 첩보는 한 번도 없었다”며 “2m 이하의 작은 규모는 군사적으로 쓸 만한 수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도 “소형 무인기의 전술적, 군사적 효율성을 간과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군 당국이 소형 무인기의 위협 수준을 과소평가한 것도 문제다. 군 당국의 안이한 인식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이미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돈만 더 투자하면 당장 자폭형 무인기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도 현재 소형 무인기의 기술 수준은 낮지만 더 발전하면 테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초동 수사과정에서의 혼란과 늑장 보고도 군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소형 무인기가 처음 발견되자 군은 같은 달 27일까지 지역합동조사를 벌였으나 대공 용의점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북한 무인기에 방공망이 뚫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을까. 하지만 무인기에 군에서 사용하는 십자형 낙하산이 펼쳐져 있었고 ‘기용날자’와 같은 북한식 표기가 있었는데도 대공 용의점을 간과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또 다른 무인기가 발견되기 전까지 군은 소형 무인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김 장관도 파주 무인기 발견 후 9일이 지나서야 언론 보도를 보고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강원도 삼척의 무인기는 6개월 간 방치돼 있다가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수거됐다. 국방부는 강원도 삼척의 한 야산에서 세 번째 무인기가 주민 신고로 수거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전방위로 방공망이 뚫린 상황에서 탐지 장비가 없었다는 이유로 군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희생양을 찾자는 게 아니다. 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군은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형 무인기에 방공망이 뚫린 것을 강하게 질책하자 다음 날 우리 군의 무인기와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전격 공개한 것도 부적절했다. 기밀사항까지 불필요하게 과잉 공개한 것이다.

비판여론이 비등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군이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첨단 장비를 들여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벌써부터 이스라엘제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이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응 우선순위를 정하고 체계적인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