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어디로 가야하나… 원로지도자 림택권 목사에게 듣는다

입력 2014-04-10 16:38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을 지낸 림택권(81) 목사는 한국교회 원로지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황해도 은율 출신인 림 목사는 총신대가 1960년대 남산에 있던 시절 신학교를 다녔으며, 67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필라델피아한인연합교회를 담임하며 이민목회의 모델을 보여줬다. 그는 웨스트민스터신학대에서 15년간 강의했으며, 98년 아신대 총장에 부임해 8년간 재직하다가 퇴임 후 후배 목회자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있다. 림 목사를 10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만나 한국교회의 방향성과 목회 본질에 대해 들어봤다.

-총장 퇴임 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동네 교회를 돌며 새벽기도를 다니고 있어요. 제가 목사인줄도 모르고 등록을 하라고 하더군요. 2005년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한강에 가나가 운동을 합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말씀 묵상을 하는데 도중에 은혜를 받으면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거나 일어나 춤도 춥니다. 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설교를 부탁한 교회를 찾아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는 ‘성경적성경연구원’을 운영하며 1주일에 한번씩 후배 목회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강단이 아닌 성도들이 있는 현장으로 들어가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성도들은 어떤 것을 바라고 있던가요.

“정말 한국교회 성도들은 순수합니다. 목회자 중 정말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분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목사님만은 제발 돈, 명예 초월하고 예수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교회 지도자들이 좀 내려놔야 하지 않겠어요?”

-그동안 깊이 있는 설교를 해오셨습니다.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3-1-2원칙’을 잘 지키면 됩니다. 3은 3인칭 관점에서 성경 말씀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말씀 자체가 무엇을 말씀하는지 보는 겁니다. 1은 1인칭입니다. 그 말씀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슴으로 와 닿아야 합니다. 그 다음은 2입니다. 2인칭인데 말씀에 따라 당신들은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라고 설교하는 것이죠. 이게 성경을 보는 순서인데 대개의 설교자들이 1을 빼먹곤 해요.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고 2인칭 설교를 합니다. 1인칭이 빠진 상태를 외식이라고 합니다. 거짓말하지 마시오라는 설교는 우선 나에게 먼저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1인칭이 빠진 설교는 공허하게 돼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영적침체와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영적 침체는 한국교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를 분석할 때 보편적인지, 특수한 것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교회가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는데 마치 사사기 시대를 보는 것 같아요. 사사기 시대는 여호수아가 죽고 임금을 세우기까지의 중간시대인데 왕이 없으니 백성 모두가 자기 좋을 대로 행동했어요. 모든 사람이 ‘보스’였던 셈이죠.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잘 살게 됐지만 형식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떨어져 잘 살고 있는, 종교성만 남은 상태였죠. 동양적 사고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악하다’고 하지만 성경에선 하나님을 떠난 것을 악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패악을 참으시며 내버려 두십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웃 나라로부터 환란을 당하게 되면 부르짖고 주님은 그 부르짖는 소리에 사사라는 지도자를 보내십니다. 사사기는 이런 사이클의 반복이죠. 지금의 문제는 한국교회 문제일수도 있지만 더 크게 보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문제, 주님이 재림하실 때까지의 문제라고 봅니다. 인간의 본성은 하나님을 떠나게 돼 있어요. 문제해결의 방법은 본질,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봐요.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을 회개라고 합니다.”

-교회의 문제가 너무 과도하게 제기되는 것은 아닐까요.

“명의는 질병 앞에 진단을 바르게 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나도 과거에 그랬는데 많은 목회자들이 처방만 내리려 하고 있어요. 본인이 병들었다는 것은 인정도 안하면서 말이죠. 진행 중인 논쟁을 보면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역사적으로 뿌리도 내리기 전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양교회는 몇 백 년의 뿌리가 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한국사회가 교회에 바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받은 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창세기 26장을 보면 이삭이 팠던 우물을 블레셋 사람들이 와서 막습니다. 이삭은 그들과 다투기 싫으니 양보하고 옆에서 다시 우물을 팝니다. 이런 일을 여러 번 반복하니 블레셋의 왕이 그걸 보고 이삭에게 ‘내가 보니 당신은 분명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게 분명하다. 당신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능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음에도 그걸 내려놓고 포기할 때 비신자들은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는 비신자들이 우리를 향해 ‘정말 당신은 하나님과 함께하시는 군요’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기도해 일류대학에 진학하고 사업과 일에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소하지만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천지 등 이단문제가 심각합니다.

“미국에서 목회할 때의 일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조폐공사에 다니는 분이었는데 위조지폐를 감별하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 분이 하는 일은 시간이 날 때 마다 진짜 지폐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지폐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면 가짜는 금방 알 수 있겠죠. 진짜 말씀이 뭔지 확실하게 알아야 하겠죠.”

-신앙은 무엇일까요.

“신자와 비신자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인생의 결론, 죽음 건너편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땅에 사는 동안 인생에서 성공했다, 실패했다 결론을 내리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 결론을 얻지 못했더라도 죽음 이후에도 우리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고난은 장차 얻을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죠. 오래된 찬송가를 보십시오. 가사 중 마지막 절은 저 세상에 소망을 두고 있는 가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 가사가 아마도 80% 이상은 될 겁니다. 내세 신앙이 흐릿해지면 이 세상에서 적당히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는 염세적인 신앙에 빠지게 됩니다. 삶을 마치기 전 무엇인가 얻으려고 하면 안돼요. 신앙은 하나님 앞에 복을 받기 위한 조건이라기보다 주신 복을 감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뉘우침이 아닐까 싶어요. 신학적으로 그걸 성화라고 합니다. 계속되는 회개, 그것이 신앙생활입니다.”

-목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과거 선배 목회자들이 이런 말씀을 했어요. ‘설교 잘하면 3년은 잘 끌고 갈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심방을 잘하면 5년은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목회하려면 삶을 통해 생활목회를 보여줘야 한다’고요. 제가 지금까지 본 교회 중 설교 못해서 쫓겨난 목사님은 없습니다. 다들 돈이나 다른 문제 때문이죠. 목회는 100m 단거리 경기가 아닙니다. 마라톤입니다. 교회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최소 6년은 걸린다고 봐요. 사심을 내려놓고 성경말씀을 제외한 다른 문제에서 ‘많이 모른다’고 할수록 목회자의 권위는 높아지게 돼 있습니다.”

-후배 목회자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첫째, 사명이 뚜렷해야 합니다. 사명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주관적인 사명과 주변사람들이 보기에도 ‘당신은 목사답다’는 객관적인 소명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은 사명을 받았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니올시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죠. 둘째, 하나님의 역사를 바로 보는 것입니다. 사건의 연속이 역사입니다. 짧게 보면 역사적으로 악이 승리하고 선이 지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선이 승리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정의 편에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야 해요. 세 번째, 양심을 지켜야 합니다. 신앙이 살아 숨쉬는 장소가 양심입니다. 베드로후서에서 볼 수 있듯 양심은 하나님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한손에는 성경을, 한손에는 신문을 잡고 있어야 해요.”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