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마음의 병 동생… 곁에서 치유하는 언니
입력 2014-04-11 02:16
내 동생 버지니아 울프/글 쿄 맥클레어·그림 이자벨 아르스노/도서출판 산하
버지니아 울프.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기법의 개척자로 꼽히는 영국의 소설가다.
이 동화는 정신병에 시달렸던 버지니아와 그를 돌본 언니 바네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동화 속 버지니아도 작가 버지니아처럼 마음의 병을 앓는다.
버지니아는 어느 날 갑자기 늑대 같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불같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언니 바네사는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바이올린도 연주해주지만 버지니아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여느 언니들 같으면 그런 동생을 윽박지를 텐데 바네사는 그러지 않았다. 동생 옆에 누워 동생이 보는 세상을 같이 바라봤다. 그러자 버지니아는 앙다물었던 입을 연다. 달콤한 케이크와 아름다운 꽃들, 멋진 나무가 있고, 조금도 슬프지 않는 블룸스베리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바네사는 지도에선 찾을 수 없는 그곳을 방에 만들기로 한다. 꽃을 그리고, 나무와 달콤한 케이크도 그린다. 잠에서 깨어난 버지니아는 그림 그리는 언니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언니와 같이 그림을 그렸다. 다음날 아침 버지니아는 방안의 그림들을 보며 ‘까르르’ 웃었다.
옮긴이 노경실씨는 “작가는 ‘마음은 마음으로 치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바로 우리 곁에도 이런 관심과 애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살려보라”고 권했다. 초등 저학년용 그림책.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