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흩어진 지식에 어떻게 체계 부여했나
입력 2014-04-11 02:17
백과사전/드니 디드로(도서출판b·1만원)
역사상 가장 힘들게 출간되고 또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백과사전은 프랑스 계몽시기인 18세기 말, 전 28권으로 완간됐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드니 디드로(1713∼1784)와 수학자 장 르 통 달랑베이(1717∼1783)가 주도했다. 이 책은 이 가운데 디드로가 집필한 것으로 제 5권에 수록된 ‘백과사전’이라는 항목을 번역한 것이다. 장 자크 루소에 따르면 디드로는 병상에서 이를 집필했다. 놀라운 건 ‘백과사전’이라는 항목을 정리하는데 무려 160여 쪽을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드로는 ‘백과사전’의 목적을 “지구상에서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지식의 일반적 체계를 제시하고 이를 우리 다음에 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여기서 ‘모으다’ ‘제시하다’ ‘물려주다’라는 세 개의 동사는 각각 과거, 현재, 미래와 관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나아가 “흩어져 있는 지식은 여기저기 흩어져 화염을 만들 수 없는 숯과 같아서 인류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없으며 그렇게 흩어진 지식에 체계를 부여하는 것, 즉 지식을 연쇄해 주는 것이 바로 백과사전”이라고 정의했다. 계몽기 시대에 국가의 검열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백과사전’을 편찬한 당대 지식인의 실천적 고투를 음미하는 일은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이충훈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