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작가 지망생에 권하는 챈들러의 통찰력
입력 2014-04-11 02:17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레이먼드 챈들러(북스피어·1만2800원)
1940∼50년대에 활동했던 미국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1888∼1959)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68통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창작 비밀을 털어놓는다. 챈들러는 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제 글쓰기의 이상은 챈들러와 도스토옙스키를 한 권에 집어넣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 세계 후배 작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소설가 스티븐 킹, 폴 오스터를 비롯, 마틴 스코세이지, 코언 형제 등 유명 영화감독들도 영향을 받았다고 공언할 만큼 장르소설의 대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교사였던 독자 로버트 호건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타일은 작가가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스타일이란 개성을 반영한 것이고, 개성을 반영하려면 먼저 개성이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개성이 있다 해도 종이에 개성을 반영하려면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 내야만 합니다. 어찌 보면 얄궂은 일이죠. 그런 점이 아무리 ‘만들어진 작가들’의 시대라 해도 내가 여전히 작가를 만들 수는 없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36쪽)
챈들러의 통찰력 있는 견해들은 작가를 지망하는 문청들에게 맞춤형 귀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안현주 엮고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