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패션 통해 풀어본 역사·경제·철학…
입력 2014-04-11 02:17
옷장에서 나온 인문학/이민정(들녘·1만2000원)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의식주다. 그 중 옷은 동물이 아닌 사람만이 향유하는 것이다.
패션 에디터였던 저자는 옷을 통해 사람의 몸, 노동의 과거와 현재, 종교 갈등, 동물보호문제, 경제학과 철학, 역사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우리 삶에 얽힌 문제들을 명쾌하게 풀어간다.
싼값으로 최신 유행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패스트 패션에선 저개발국가에서 이뤄지는 노동력 착취와 환경파괴를 읽어낸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소위 ‘명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 계층을 나타내는 효과적인 도구로 본다. 젊은층에서 번지는 연예인 따라 하기는 개성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옷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끝낸 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럼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라고. 옷을 고를 때는 몸의 안전과 편안함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보다는 유행을 우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몸을 핍박하는 패션의 역사는 길다. 중세 유럽의 코르셋, 중국의 전족, 조선시대의 가발인 가체 등이 그 사례다. 저자는 예쁜 옷과 편안한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옷을 입을 때 다른 외부적 영향보다는 나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옷 입기는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