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한국교회 볼멘소리 들었나?… 트베이트 WCC 총무 방한 후 ‘깜짝 선물’
입력 2014-04-10 11:20 수정 2014-04-10 15:17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트베이트 총무는 지난해 10월 개최됐던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세계교회사의 기념비적 족적’이라며 부산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함께 해 준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또 “고향집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라며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도 표했습니다.
트베이트 총무는 지난해부터 방한 때마다 공식석상에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WCC 대표단의 한국 방문 때는 교계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WCC가 총회 개최에만 관심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불만의 주 내용이었습니다.
WCC의 잘못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부산총회의 사전행사인 ‘평화열차’의 북한 통과가 무산되고,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이 부산총회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자 비난의 화살이 WCC에 일부 돌려졌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올해 WCC 대표단 방한에서는 한국 교계의 불평이 들리지 않습니다. 적어도 기자에게는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대표단은 지난 5일 입국 이후 다소 버거울 정도로 일정을 잡아 예장 통합과 기장, 기감, 대한성공회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주요회원교단과 만나 왔습니다.
게다가 지난 8일 NCCK 화해통일위원회(화통위)와의 회의에서는 남북교회의 만남 성사라는 ‘깜짝 선물’을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트베이트 총무는 “오는 6월 16~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할 국제회의에 남북교회와 세계교회가 함께 모여 지난해 부산총회에서 채택한 한반도 평화 성명서의 실행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남북교회의 6월 만남은 WCC와 NCCK가 올해 초부터 긴밀하게 협력하며 진행해 왔던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조그련과 일정을 조율하던 중,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의 에큐메니컬 진영은 혹시나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남북교회의 만남이 무산되는 것은 아닌지 적지 않은 기간 노심초사 한 것이 사실입니다. 적어도 조그련의 최종 참석 확인 공문이 도착한 이번주 초까지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베이트 총무의 ‘깜짝 선물’은 그간 피로가 누적됐을 한국교회, 특히 에큐메니컬 진영에는 ‘두통약’과 비슷한 역할을 했습니다. 더불어 교계 일각의 ‘WCC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일정 부분 해소가 됐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피터 푸르브 WCC 국제문제위원회 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6월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실무자의 한 사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6월 16일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부디 6월 만남이 성사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남북교회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