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국방위 위원에 새로 선출됐다.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에선 김정은 시대 신(新) 실세들이 주요 요직에 전진 배치됐다.
◇3대 핵심 기구 요직 차지한 최룡해=북한은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열고 최 총정치국장을 장성택 처형으로 한 자리가 비었던 국방위 부위원장에 선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용무 오극렬 부위원장은 유임됐다. 김영춘은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탈락했다.
국방위 위원에는 장정남 부장과 조춘룡이 새로 임명됐고 박도춘 당 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은 국방위 위원에 유임됐다. 반면 김격식 주규창 백세봉은 국방위 위원에서 제외됐다.
최 총정치국장과 장 부장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핵심 측근 세력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조춘룡은 군수경제를 책임지는 제2경제위원장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 총정치국장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이번에 국방위 부위원장에도 선출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 총정치국장이 2인자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3대 핵심 권력기관의 요직을 다 차지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재추대, 김영남 건재 확인=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김 제1비서를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유임시켰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비서의 국방위 제1위원장 재추대에 대해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경애하는 원수님만을 유일 중심으로 모시고 따르려는 군대와 인민의 의지를 과시한 역사적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86세의 김 상임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건재함이 확인됐다.
이밖에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장에는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예산위원장에는 오수용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가 선출됐다. 공석이던 최고재판소장에는 박명철이 선임됐고 장병규 최고검찰소장은 유임됐다.
◇신임 외무상은 김정일 비자금 관리인=내각에선 박봉주 총리가 유임됐다. 박 총리가 제의한 내각의 상(장관)들은 전원 찬성으로 임명됐다. 특히 외무상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수용이 새로 임명됐다. 올해 79세의 고령인 이수용은 오랫동안 ‘이철’이라는 가명으로 스위스 대사를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이집트 오라스콤의 대북투자 유치를 주도하는 등 외국 자본 유치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다른 내각 부처의 상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지도부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는 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공업성 폐지된 듯, 김경희 흔적 지우기?=이번 회의에선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 제1비서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수십년간 담당해왔던 경공업성이 언급되지 않아 아예 폐지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백계룡 당 경공업부장이 대의원에서 제외된데 이어 내각의 경공업성마저 폐지된 것은 김 비서의 흔적을 지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 강석주 강능수 조병주 김인식 전승훈 등이 내각 부총리에서 해임돼 부총리는 총 9명에서 노두철 이무영 김용진 이철만 등 4명으로 줄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최룡해 ‘2인자’ 굳히고 실각설 돌던 김영남 국가수반 유임
입력 2014-04-10 04:01 수정 2014-04-10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