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여대생 한달 만에 숨진 채 발견… 필리핀서 한국인 피살 올들어 네번째
입력 2014-04-10 04:01
필리핀에서 유학 중인 20대 한국인 여대생이 현지 괴한들에게 납치된 이후 한 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009년 이후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40명, 올해만 4명에 달하는 등 현지에서 최근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그동안 교민사회 내 이권 다툼 등을 이유로 한 강력범죄가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피해자가 한국인 관광객, 유학생 등으로까지 확산돼 우리 국민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릐여학생 피랍 한 달여 시신 발견=외교부 당국자는 9일 “지난달 3일 마닐라 지역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유학생이 납치범 은거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지역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납치돼 살해된 것은 처음이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3·여)씨는 지난달 3일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납치됐다. 필리핀 경찰은 현지 한국대사관의 신고 직후 납치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들어갔고, ‘코리안 데스크(한국인 관련범죄팀)’에 파견된 한국 경찰 1명도 참여했다.
납치범들은 지난달 5일까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며 이씨 가족에게 전화를 10여 차례 걸어왔다. 그러나 이씨와의 마지막 통화가 이뤄진 지난달 5일 이씨가 탔던 택시와 함께 납치범 일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총상을 입고 시신으로 발견됐고, 이후 이씨와의 직접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8일 오후 납치범을 검거한 경찰은 이들 은거지에서 이씨 시신을 발견했다. 납치범들은 최소한 3명 이상의 필리핀인으로, 이씨는 납치범들 간 다툼 과정에서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릐필리핀 무차별 피해, 각별히 주의해야=유학·관광·사업 등으로 매년 필리핀을 찾는 우리 국민은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역시 급증해 한국인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필리핀에는 교민을 포함해 한국인 8만명이 거주 중이고, 이 중 유학생은 3만명가량이다.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2월 북부 관광도시 바기오와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남성 2명이 총격을 받고 각각 숨졌고, 지난 7일에는 앙헬레스의 한 식당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던 한국인 남성이 역시 괴한 총격으로 숨졌다.
특히 필리핀은 총기규제 및 치안시스템이 허술해 강력사건이 발생한다 해도 범인 검거율은 극히 낮다. 지난해 한국인 피살사건 12건 중 범인이 검거된 사건은 1건에 불과하다. 특히 용의자 위치 추적 등 통신 수사가 어렵고, 지문 제도 역시 없는 데다 CCTV 등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100만정 가까운 불법 총기류가 유통돼 청부살인 등 강력사건이 벌어질 환경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현금을 많이 소지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현지 당국에 파견되는 한국 경찰 인력을 충원하고 필리핀 세부지역에 공관 추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