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계모사건 막을 기회 관계기관, 수차례 놓쳤다
입력 2014-04-10 03:31
경북 칠곡군에서 계모의 학대로 숨진 A양(사망 당시 8세)에 대한 학대 신고가 반복됐음에도 아동보호기관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경찰에 따르면 A양의 담임교사 허모(36·여)씨는 2012년 9월부터 A양의 몸에서 멍 자국 등 심한 학대의 흔적으로 발견했다. 허씨는 2013년 2월 보건복지부 아동학대의심신고센터와 복지부 협력기관인 아동학대예방센터 등에 신고하고 A양의 집에 찾아가 부모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동보호기관은 부모 상담과 아이들의 심리치료만 했을 뿐 학대를 한 계모 임모(35)씨와 이를 방치한 아버지를 아이들과 격리하지 못했다.
허씨는 “신고를 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격리 절차가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관계기관은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해서 가정을 더 잘살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 갑자기 분리시키고 해체시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씨는 지난해 6월 A양이 경북 구미시에서 칠곡군으로 이사를 가자 A양의 새 담임교사에게 연락해 학대 사실을 알렸다. 새 담임교사 역시 A양의 학대 흔적을 발견, 해바라기아동센터(여성가족부 협력기관)에 신고했다. 센터는 조사를 벌여 부모에게 형사고발하겠다는 경고까지 했지만 A양에 대한 학대를 막지 못했다. 허씨는 “아이가 사망하기 2개월 전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안전한 곳에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A양의 친언니 B양(12)도 2012년 10월과 201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부모가 자신과 동생을 때린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계모와 친부의 거짓말과 이들의 압력에 폭행당한 사실을 부인한 B양의 말만 듣고 그냥 돌아갔다.
아동보호기관과 경찰 등 관계기관이 안이한 대응으로 A양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경찰은 A양이 사망한 후에도 계모의 강압을 못 이긴 B양의 거짓 진술만 듣고 B양을 가해자로 지목해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