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광형] 알맹이 없는 문화재청 혁신대책
입력 2014-04-10 02:07
“속죄하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드립니다. 비리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고, 문화재 행정 전반에 투명성·청렴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숭례문·광화문 복원사업 비리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6일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밝힌 ‘문화재청 입장’이다. 이로부터 보름이 지난 9일 문화재청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 수리체계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총 25개 분야의 개선책이 포함됐다.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었다. 문화재 수리현장은 시민들이 감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주요 공정 때마다 ‘현장공개의 날’을 운영키로 했다. 올해 시범적으로 10개 현장을 우선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공개는 숭례문 복원공사 때 이미 시행된 바 있다.
또 숭례문 단청장이 자격증을 수리업체에 빌려줘 문제가 된 문화재 수리자격증 불법 대여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불법 대여가 3차례 적발될 경우 자격을 취소했으나 2차례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수리업체의 기술자 의무보유는 규제완화 측면에서 10명에서 5명으로 줄여줄 방침이다.
이 역시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 포함된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숭례문 복원공사를 둘러싸고 부실과 비리가 얼룩진 데 대해 “환골탈태의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문화재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했었다.
새로운 내용이라면 전통안료와 건축재료의 복원 및 제작기법 연구를 위해 ‘전통기술소재은행’을 구축한다는 것 정도다. 문화재위원과 차관급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이 연루된 ‘떡값’ 수수비리 근절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문화계 인사는 “문화재청이 ‘갑’의 입장에서 마련한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광형 문화생활부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