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50선 붕괴, 경상수지 흑자가 되레 압력으로… 당국도 뒷짐

입력 2014-04-10 03:49


원·달러 환율이 급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함께 1050원 선을 단숨에 하향 돌파한 뒤 한 때 1040.1원까지 떨어졌다. 5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자 시장에선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당국은 이전처럼 적극적이지 않았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업들이 품질 등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FTA)도 잘돼 있는 만큼 (수출에 미치는) 환율 영향이 예전처럼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정 부분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3년여간 박스권 하단으로 여겨졌던 1050원 선을 한참 밑돈 104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 급락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융 완화 정책을 발표하지 않자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이 1060∼1070원대로 유지하기에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너무 거셌고, 이 때문에 환율 하락을 일정부분 용인한 게 변동폭을 키웠다고 말한다.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로 내려온 데다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있어 당분간 원화가치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가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 원화 가치 급등으로 수출경쟁국인 일본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외환당국은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약세 역시 단기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럽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미국이 내년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볼 때 달러화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