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금융자산가 44% “난 자수성가형”
입력 2014-04-10 03:47
작금의 한국사회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세습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회’로 일컫는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부모 도움 없이 ‘부자’가 된 사람이 44%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9일 ‘2014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금융부자의 43.6%가 자수성가형이라고 밝혔다. 연구소가 하나은행의 PB(프라이빗 뱅크) 고객 중 상위 0.3%에 해당하는 9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본인의 성실성’을 꼽았다. 오히려 자수성가형(33.9%)보다 상속형 부자(56.3%)가 본인의 성실성을 선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 상속형 부자 중 상속 자산이 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는 소수로, 증여·상속 자산이 총 자산의 40% 미만을 차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3.4%였다.
거주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방 부자들은 서울 및 수도권 부자들에 비해 예금, 보험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과 보험, 연금 등이 전체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방의 경우 68.6%, 강남3구는 59.6%, 수도권은 57.6%, 강남3구 외 서울지역은 55.4%로 집계됐다.
부자들의 자산 구성은 부동산 자산 44%, 금융자산 55%였다. 이 같은 자산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52%로 전년(38%)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위험성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조사 결과 향후 투자계획이 있는 금융자산은 지수연계증권(ELS), 은행정기예금, 단기고금리성상품 등의 순이었다.
해외투자의 경우 직접투자와 북미지역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식과 펀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52.1%, 미국·캐나다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49.3%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세계 경기가 불안정함에 따라 안전하고 보수적인 투자성향으로 전환해 신흥개발국에서 북미지역으로 관심이 돌아선 것 같다”고 해석했다.
부자들의 휴대전화 교체 주기는 26개월로 일반적인 교체주기(16개월)보다 길고, 자녀의 장래 직업은 의사(26%)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자녀의 전공이 상관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낮았으며, 10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집단에선 자녀 대학 전공으로 의학계열(38%), 경영학(24%)을 희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