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업 맘’ 증가세
입력 2014-04-10 02:25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트리시아 윌리엄스(30·여)는 첫 아들이 태어난 뒤 프로듀서로 일하던 방송국을 그만뒀다. 월급이 고스란히 통근 비용과 양육비로 들어가면서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엄마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윌리엄스처럼 미국에서 직장을 갖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는 ‘전업 맘’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퓨리서치 센터의 보고서를 인용, 2012년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의 29%가 전업 맘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1999년의 23%보다 6% 포인트, 경기침체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보다 3%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자녀 양육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아이 양육비로 지불하는 금액은 1985년 주당 87달러(물가상승률 반영)에서 2011년 148달러까지 70% 상승했다.
전업 맘들은 직장 맘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교육 수준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생활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전업 맘의 34%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직장 맘은 12%에 불과했다.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전업 맘의 수는 1970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수치다.
미국의 전업 맘이 크게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이민 가정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업 맘 가운데 40%가 이민자인 반면 미국 태생은 3분의 1 수준이었다. 빈곤선 이하 전업 맘의 36%는 이민자들이었다.
자녀 양육을 부모가 직접 해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도 전업 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조사에서는 70%가량이 자녀 양육에 있어서 직장 맘과 전업 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60%가 자녀 양육을 위해 부모 중 한쪽이 집에 머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반면 부모 모두 직장을 다니는 가정의 자녀가 더 낫다고 대답한 사람은 35%에 불과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