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글에 공손할 필요 없다”… 中 언론 날선 공격

입력 2014-04-10 03:43

“우리는 외부 세계가 중국을 충분히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워싱턴 또는 도쿄가 중국을 크게 오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자 사설에서 “중국은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후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헤이글 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이 하루 전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중국 관영 언론이 미국 측에 대해 쐐기를 박는 언급을 한 것이다.

환구시보는 8일자 사설에서는 이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미국과 일본을 압박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아니다.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역시 크림반도가 아니다. 중국은 마찰이 있을 때 자제하는 게 기본철학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

이는 헤이글 장관이 일본에서 “중국은 주변 소국들과의 영토 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입한 것처럼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사설은 또 “헤이글 장관과 만나는 중국 관리들은 너무 공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설은 중국이 동중국해나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함께 중국 국방부 겅옌성 대변인은 9일 미 하원이 대만에 군함을 판매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내정 간섭’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헤이글 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예정대로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미 양국 군사관계는 양국 관계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며 “쌍방은 현재 구축 중인 신형대국관계에 따라 신형군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국무원 직속 통신사인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쌍방은 마땅히 서로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고 상호 존중함으로써 함께 승리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이견이나 민감한 문제는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에 대해 “21세기 세계의 발전은 상당한 정도로 미·중 관계 발전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에서는 한반도 문제도 논의됐다고 중국신문사는 전했다.

전날 창 국방부장이 ‘전쟁’까지 언급할 만큼 분위기가 격앙됐던 만큼 헤이글 장관의 시 주석 면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공개적으로 노출된 충돌 분위기를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중국이 신형대국관계의 하부구조로 신형군사관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헤이글 장관은 오전에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뒤 베이징 부근에 있는 인민해방군 총장비부 장비학원 창핑(昌平)사관(士官)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군사장비 관련 부사관학교로 중국에서 사관은 부사관을 가리킨다. 헤이글 장관은 이곳에서 도서관을 방문하고 수업 장면을 참관한 뒤 생도들과 오찬도 함께했다.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헤이글 장관 방중에 대해 “양측이 과정은 힘들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나아가는 게 더 낫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