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병행수입 활성화] 2017년까지 2배 확대… 수입품 가격 최대 20% 낮춘다

입력 2014-04-10 03:28


정부가 지나치게 비싸게 팔리고 있는 수입품 시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수입업체들이 독점하는 형태로 운영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폴로 대란’을 일으켰던 해외 직접구매(해외직구)와 관련해 목록 제출만으로 수입신고를 할 수 있는 대상을 늘리고, 병행수입(같은 상품을 여러 수입업자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 통관 절차도 대폭 간소화한다. 전체 수입액에서 해외직구 및 병행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려 수입품 가격을 최대 20% 낮출 방침이다.

◇‘해외직구’ 목록통관 대상 전체 소비재로 확대=정부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을 9일 발표했다.

관세청은 현재 6개 품목(의류 신발 화장지 CD 인쇄물 조명기기)에만 적용되는 목록통관제 대상을 전체 소비재로 확대키로 했다.

목록통관은 100달러 이하(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항에 따라 200달러 이하) 소액 해외직구 품목에 대해 목록만 제출하면 신고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통관 절차가 간단하다. 통관기간이 짧아지는 데다 건당 4000원인 관세사 수수료도 없어져 해외 직구가 쉬워진다. 이철재 관세청 특수통관과장은 “총포 마약류 의약품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품목이나 동물성 사료와 같이 검역이 필요한 품목은 목록통관에서 제외된다”며 “7월부터 고시 개정 등을 통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병행수입이나 해외직구를 통한 소비재 수입액이 지난해 3조원에서 2017년 8조원으로 늘어나 전체 수입액 대비 비중이 5%에서 10%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아동복과 신발, 캠핑용품의 판매가격은 평균 10∼20%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다.

◇병행수입 통관인증 확대해 소비자 신뢰도 제고=병행수입은 위조 상품 우려를 낮추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세청은 이달부터 병행수입 통관인증과 관련해 통관표지(QR코드) 발행 대상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의류 및 신발 236개 상표에서 자동차부품 화장품 자전거 캠핑용품 등 350여개 상표로 확대된다.

통관인증업체 선정기준도 완화한다. 현재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실적이 최근 2년 안에 해마다 한 번 이상이어야 하지만 최초 병행수입 후 6개월이 지나면 통관인증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기준 122개인 업체를 내년에 약 23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병행수입 사후관리(애프터서비스)의 경우 병행수입협회 차원에서 지역별 접수창구를 지정하고 인근 애프터서비스 매장과 연계해 공동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협회는 또 병행수입 상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정 기준을 마련하고 인증마크를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규제 완화에 따른 안전문제 및 명품소비 조장 우려=이번 대책은 수입품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깬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6개 품목에 대해 시행 중인 목록통관은 2010년 반입물량이 많으면서도 위험도가 낮은 품목을 중심으로 선정된 것이다.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우려해 생겨난 규제다. 하지만 목록통관 대상이 대거 늘어날 경우 미처 걸러내지 못한 위험 품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통관과정에서 특송물품이나 전자상거래 물품은 X선 검사를 하기 때문에 목록통관 시에도 위험한 품목은 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직구 활성화로 명품 소비를 자극하고 국내 산업과 내수경기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인하 효과가 커져 해외물품 선호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완화에 대한 보완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수입 소비재 시장에서 독과점을 해결하겠다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규제 완화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기준 자체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