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병행수입 활성화] 1423원에 수입된 립스틱 14.9배 2만1150원에 팔려… 도 넘은 가격 뻥튀기

입력 2014-04-10 03:29

62만4000원에 수입되는 외국 유명 브랜드 유모차가 국내에선 159만원에 팔린다. 수입 후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2.55배 부풀려진 것이다. 저가 제품까지 합치면 수입 유모차의 국내 판매가는 평균적으로 수입가의 3.6배에 달한다.

관세청은 9일 유모차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10개 공산·가공품의 수입가격을 공개했다. 주요 수입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얼마나 ‘뻥튀기’됐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관세청 조사 결과 10개 품목(생수 전기면도기 유모차 진공청소기 전기다리미 승용차타이어 가공치즈 립스틱 등산화 와인)의 국내 판매가는 수입가의 2.7∼9.2배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모차처럼 국내 유통구조가 독점적인 성격의 품목일수록 국내 판매가가 해외 판매가보다 비쌌다. 독점 수입업체가 중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제품을 들여온 뒤 특정 공급업체를 거쳐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유통구조가 판매가를 높이는 것이다. 단계별 유통마진은 수입업체 30%, 공급업체 15∼20%, 유통업체(백화점) 30∼35% 정도이며 여기에 물류(5∼7%), 애프터서비스(10%), 판촉지원(10%) 비용이 추가되는 것으로 관세청은 분석했다.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개당 122∼3만1156원에 수입되는 립스틱은 판매가가 평균적으로 수입가의 9.2배에 달했다. 특히 수입단가별로 제품군을 4개 분위로 나눴을 때 저가군(4분위)에 속하는 립스틱은 1423원에 수입된 뒤 2만1150원에 팔려 판매가가 무려 14.9배로 뛰었다.

등산화도 립스틱과 마찬가지로 수입가격이 낮은 제품일수록 거품이 컸다. 2만2560원에 들여온 저가군 제품이 7.5배인 16만9000원에 판매됐다. 등산화의 평균 판매가는 수입가의 4.4배 수준이었다.

와인의 경우 칠레산 판매가가 수입가의 5.1배, 미국산은 5.0배, 프랑스산은 4.4배로 조사됐다. 수입가가 4000원으로 저가군에 속하는 칠레산 K와인은 국내에서 6배인 2만5000원에 팔렸다.

이 밖에 진공청소기 판매가가 수입가의 평균 3.8배, 생수는 3.5배, 전기다리미 3.0배, 승용차타이어와 전기면도기가 각각 2.9배, 가공치즈가 2.7배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통상 마찰을 피하고 기업 영업 비밀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특정 브랜드나 수입업체를 명시하지 않고 제품군의 평균 가격만 공개했다. 관세청은 공산·가공품 수입가격을 앞으로 매월 공개하면서 대상 품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