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 첫 TV토론, 경선까지 7차례 진행… 새정치연합 “동등기회 달라”

입력 2014-04-10 03:24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의 첫 TV토론이 9일 열렸다. 고성은 오가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아픈 부분을 서슴없이 공격하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오갔다.

정몽준 의원은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겠다”면서 두 단어의 앞 글자를 딴 ‘일복 시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다양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재벌과 서민 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화합형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대권놀음에 관심 없고 세금이 안 아까운 시장”을 약속했다.

세 후보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 정 의원의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 ‘정몽준·이혜훈 빅딜설’ 등을 놓고 충돌했다. 토론 초반에는 상대방 공약에 대해 질문하는 등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날 선 발언들을 주고받았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세 후보 모두 무난하게 첫 TV토론을 치렀다”면서 “정 의원은 선방했고, 김 전 총리는 재벌 등 여러 이슈를 제기했으나 모범생처럼 보였으며, 토론에 능한 이 최고위원은 ‘똑순이’ 같았다”고 총평했다.

◇공세 취한 金, 맞받아친 鄭=김 전 총리는 정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에 따라 현대중공업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직무 연관성이 있으면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하지만 외국 자본으로 넘어갔을 때 국익에 큰 손해”라며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결정이 나오면 정치적으로 상당한 소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12년간 뉴욕 시장을 지낸 블룸버그는 통신사 설립자인데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이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각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김 전 총리가 회사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비꼬았다.

김 전 총리는 “박원순 시장과 정 의원이 본선에서 붙으면 야권에서는 ‘재벌 대 서민’ 구도로 몰아갈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재벌·군벌·학벌이니 하는 말은 다 일본말”이라고 맞받아쳤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 선거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을 거론하며 “신문에 쓴 글에서 ‘이명박정부는 한 일이 없고 부패한 정부’라고 비난한 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정부에서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낸 김 후보가 이런 분을 위원장으로 내세우면 스스로 (자기)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역공을 가했다. 김 전 총리는 “법조계 선배로서 존경했기에 모셨지 어떤 칼럼을 썼는지는 몰랐다”면서 “설사 알았다고 해도 (그분이) 개인 소신에 따라 한 일을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鄭·李, ‘친박’이라고 답변, 金은 ‘세모’=OX 퀴즈에서 ‘나는 친박이다’라는 사회자 질문에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은 동그라미 팻말을 들었으나 김 전 총리는 O와 X의 중간면을 들어 보였다.

정 의원은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지난 대선 때는 선대위원장을 하면서 열심히 도왔다”고 박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없고 정치적으로 친박이라고 할 근거는 없는 것 같다”고 거리를 뒀다.

정 의원은 정몽준·이혜훈 빅딜설에 대해 “저까지 시달린다”며 이 최고위원에게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토론 초반 정 의원은 임명직 고위직만 역임한 김 전 총리에게 “선거가 처음이지 않나. 힘들지 않는가”라고 뼈있는 질문을 던졌고, 김 전 총리는 “처음이다. 힘들다”고 가볍게 받아 넘겼다.

이번 TV토론은 MBC 여의도 사옥에서 오후 2시부터 9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토론을 마친 뒤 정 의원은 비교적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지만 김 전 총리와 이 최고위원은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은 이번을 포함해 경선일인 30일 전까지 4차례 진행된다. 3차례 정책토론회도 TV 중계가 가능해 사실상 7차례 TV토론이 열리는 셈이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TV토론과 관련해 “새정치연합 후보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윤해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