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분쟁광물 쓰나” 업계 확인 분주… 美 5월 말부터 규제

입력 2014-04-10 03:50


다음 달 말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분쟁광물’ 규제를 앞두고 국내 업계와 정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분쟁광물이란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에서 채굴되는 광물이다. 현지에서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세력이 이 광물을 팔아 군자금으로 쓰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용을 규제하자는 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주석, 텅스텐, 탄탈륨, 금 등 네 가지 광물이 지정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에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DR 콩고)과 인근 9개 국가의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분쟁광물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다음 달 31일까지 공시하라고 했다.

미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 8곳도 이를 지켜야 한다. 포스코와 LG디스플레이,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 KT,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분쟁광물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9일 “4개 광물 중 주석과 텅스텐을 철강 생산에 이용하지만 분쟁지역에서 수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전은 미 국무부 면담과 법률검토 등을 거친 결과 공시 의무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전 관계자는 “미 SEC의 정책과 타 기업의 대응 현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를 8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전 산업계의 문제로 보고 있다. 미 SEC는 상장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협력사에게도 분쟁광물 사용여부 증명을 요구한다. 예컨대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기업이 분쟁광물이 들어간 소재를 사용하면 법을 위반하는 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부품화된 분쟁광물을 사용하다가 법 위반 업체로 지목될 수 있다. 심진수 산업부 전자전기과장은 “다른 나라에서 소재가 돼 수입된 분쟁광물을 재가공해 수출하는 경우도 분쟁광물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쟁광물 업체로 지정되면 수출이 어려워지고 이미지도 나빠진다. 최악의 경우 납품 중단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차 협력사부터 제련소까지 모든 공급망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협력사를 대상으로 분쟁광물 규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직접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 등의 요청으로 자체적인 협력사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에서도 지난 3월 분쟁광물 사용 금지에 대한 법이 발의돼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와 무역협회는 이날 분쟁광물 규제가 예상되는 10여개 업종 관계자 및 전문가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무역협회 홈페이지에 대응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무협 관계자는 “수출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