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같은 한은총재 돼주세요”… 증권사 연구원이 편지
입력 2014-04-10 03:45
“매(통화긴축 성향)도 비둘기(경기부양 성향)도 아닌, 알바트로스 같은 총재가 돼 주세요.”
홍정혜(34·사진)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9일 채권전략 리포트 대신 업계의 바람을 담은 글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적었다. 그는 “알바트로스는 수천㎞의 거리를 날갯짓 한번 하지 않고 날 수 있다”며 “멀리 보고 오래 멀리까지 날아가 달라”고 이 총재에게 당부했다. 이 총재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이 편지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업무와 관련해 정책결정은 저에게 어디까지나 외생변수일 뿐입니다”라고 운을 뗀 홍 연구원은 이 총재의 체력유지 방법까지 물으며 조근하게 요구사항을 풀어갔다. 그는 우선 ‘안정적 성장목표 달성’을 부탁했다. 그는 자전거를 예로 들며 “내리막을 만났을 때 브레이크를 미리 잡아주는 것도 중앙은행의 책무이고 오르막이 시작될 때 힘차게 기어를 낮추고 페달을 밟아주는 것도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요구도 잊지 않았다. 홍 연구원은 이 총재가 정책기획국장 시절 ‘지급준비율 인상’ 카드로 자산가격 안정을 유도했던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통화정책이 후퇴했다며 한은의 지준율 인상을 비판했었다”며 “돌이켜보면 그 정책이 자산가격 안정을 유도했고 이후 거품붕괴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성장·가계부채·고령화라는 고질적 문제에서는 정부와 협력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의 협조도 당부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