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킹 美 북한인권특사 이화여대 강연 “北 주민 12만명 수용소서 강제 노역중”
입력 2014-04-10 02:31
“시끄럽고 분주하던 평양의 한 식당에서 장성택 처형 장면이 방영되자 사람들이 일시에 침묵했다고 합니다.”
로버트 킹(71)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9일 이화여대에서 ‘북한 인권 상황의 현 주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5박6일 일정으로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킹 특사는 이날 강연에서 정당한 절차 없이 체포와 고문 등이 수시로 벌어지고 주민들이 강제 노역에 내몰린다며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최근 탈북자 면담에 따르면 8만∼12만명의 북한 주민이 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사법부의 정당한 법 절차 없이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 전체가 같이 처벌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이 체제에 저항하지 않는 이유로 ‘장성택 처형’ 등 정치범 숙청의 학습효과를 꼽았다. 그는 “장성택 처형 장면이 TV로 방영됐는데 아주 갑작스럽고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며 “주민들은 이를 보면서 ‘나도 체제에 반대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 제기를 했을 때 닥쳐올 상황을 보여줘 공포심을 자극하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도 나라 밖 소식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킹 특사의 진단이다. “북한 정부의 정보 봉쇄도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북한 주민의 34%나 되는 이들이 한국이나 중국의 라디오 방송, 자유아시아방송, 미국의 소리 등 라디오를 몰래 듣는다는 보고도 있다”며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북한 정부의 정보 통제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도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만 외국인과의 통신 접촉이 금지돼 있어 평양 주재 외국 대사들은 자신의 북한인 운전기사와도 휴대전화 통화를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요즘은 중국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 소식을 접할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46)씨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킹 특사는 “1년6개월간 억류돼 있는 배씨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와 치료받도록 북한 정부에 지속적으로 송환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배씨 억류 문제를 미국 압박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