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혹시 저도 피고소인 명단에 있나요”…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 관련 악플러의 후회

입력 2014-04-10 03:03


[친절한 쿡기자] “혹시 저도 피고소인 명단에 있습니까? 제가 그 여자 집 주소를 인터넷 곳곳으로 퍼 날랐는데….”

네티즌 A씨가 쿡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건 8일 오후 7시쯤이었습니다.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과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여성 B씨 측이 악플을 남긴 네티즌들을 고소했다는 국민일보 쿠키뉴스 보도를 보고 연락을 해온 것입니다.

A씨가 보낸 이메일은 구구절절 길었지만 용건은 간단했습니다.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B씨에 대한 욕설을 퍼붓고 집주소를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등을 통해 몇 군데에 올렸는데 자신도 피고소인 명단에 포함됐는지 궁금하다는 거였어요. 그는 아울러 예전에 올렸던 관련 글을 모두 삭제했다며 선처를 바랄 수 있는지도 물어왔습니다.

앞서 저는 8일 오후 3시쯤 ‘사법연수원 불륜’ 마녀사냥 38명 무더기 형사고소… 허위 사실 유포에 사진·집주소 공개’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인터넷으로 전송했습니다. B씨와 B씨 부친이 지난달 모욕 혐의 등으로 네티즌 38명을 고소했다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9월 불거진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은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B씨와 C씨(32)가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이후 C씨의 아내 D씨(당시 30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입니다. D씨 유족은 B씨가 C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D씨에게 보여주며 괴롭혔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겼죠. B씨는 그러나 사법연수원 조사에서 C씨가 유부남인 줄 몰랐고 D씨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요.

사법연수원 커플을 겨냥한 인터넷 공격은 매서웠습니다. 당시 여론은 사법연수원 커플에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피소된 38명의 네티즌은 도를 넘어섰다는 게 B씨 측 입장입니다. 루머를 사실인양 퍼뜨리고 신상정보를 공개해 상상할 수도 없는 피해를 줬다는 거예요.

네티즌들의 도를 넘은 악플은 고소장에 잘 담겨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D씨의) 발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불륜녀(B씨)가 중고나라에 엄청난 양의 명품 시계와 옷 등을 팔았고, 문제가 되자 글을 삭제하고 중고나라를 탈퇴했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법연수원이 B씨 처벌에 소극적이라면서 “B씨가 사법연수원장과 부적절한 관계였다네요”라는 황당한 글을 퍼 나르기도 했고요. 이런 내용들에 대해 사법연수원은 지난해 말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B씨의 사진과 실명, 전화번호는 물론 고등학교 졸업사진과 집주소를 공개한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B씨 가족은 이사를 가야 했고, B씨는 가까운 친척 결혼식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랍니다.

9일 B씨 부친에게 악플러 고소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이라도 악플러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 딸은 평생 패륜녀의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야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흔히 악플러가 특별히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한순간에 악플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머를 퍼 나르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네티즌 A님, 지금 보니 고소인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네요. 일단 안심하셔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앞으로는 조심하실 거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