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계모 학대'…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4-04-09 17:41
[쿠키 사회] 경북 칠곡에서 계모의 학대로 의붓딸 A양(8)이 사망하기까지 여러 차례 경고음이 울렸다. 그러나 관련 기관들의 대응 시스템은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내 양형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치사죄를 많이 적용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경우 살인죄를 적극 적용하는 곳이 많다.
정익중(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교수는 9일 학대아동 보호를 위한 인프라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친권행사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례법이 오는 9월 시행되면 제도적으로 보완은 되겠지만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전문 상담 인력 등을 대폭 증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A양의 담임교사는 지난해 2월 A양의 몸에서 멍 자국 등을 발견한 뒤 아동학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양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해 8월 14일 가정방문을 시도했지만 계모 임모(35)씨가 외출을 이유로 거절하는 바람에 방문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A양의 언니(10)가 2010년 10월 경북 구미의 한 파출소에 직접 부모의 학대 사실을 신고했지만 경찰에 의해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이가 과장해서 신고한 것이라는 부모의 말만 믿고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B양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친권자인 친아버지와 계모가 폭행 사실을 부인하자 훈육 차원에서 발생한 단순한 폭행 정도로 인식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A양 사망 후 경찰 수사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난해 8월 14일 A양이 숨진 후 경찰은 두 달 간 A양 언니와 부모를 격리하지 않은 채 같이 사는 상태에서 수사했다. A양의 계모는 범행 사실을 부인했고 A양의 언니가 계모의 사주로 거짓자백을 하면서 사건의 진실은 한동안 가려지고 말았다. 사건의 전말은 A양의 언니가 지난 2월 양육시설로 옮겨 살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아 법원에서 비공개 증언으로 계모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힌 후에야 드러났다.
결국 경찰이 A양의 언니와 계모를 곧바로 격리했다면 더 빨리 계모의 범행을 확인할 수 있었고 A양 언니에 대한 2차 피해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의심 징후가 보이면 학교에 배치된 전문가가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고 학대가 확인되면 법원이 부모의 친권을 제한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