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기 사태의 본질은 軍의 기강해이

입력 2014-04-10 02:11

최근 육군과 해군에서 잇달아 발생한 군기 위반 사건은 우리 장병들의 기강이 생각 이상으로 해이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남 목포 해군 제3함대 사령부에서 발생한 함포 오발 사고는 은폐 의혹까지 더하고 있다. 얼마나 군기가 빠졌기에 포신 안에 포탄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정비했을까. 실망감이 너무나 크다.

군복무를 마친 국민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격장의 군기는 말도 못할 정도로 엄하다. 눈 깜짝할 사이의 순간적인 실수가 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를 낸 서울함의 포신이 다행히 올라가 있어 옆 함정 끝 부분만 스친 포탄이 인근 야산에 떨어졌기 망정이지 자칫 선체 파손은 물론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올 뻔하지 않았는가. 정신을 어디다 놓고 임무에 임하는지 모르겠다.

경기도 연천 전방 부대 내무반에서 휴일 오후 발생한 일병 구타 사망사고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선·후임병이 모여 냉동식품을 먹다 가슴을 구타당한 후임병이 기도가 음식물에 막혀 숨졌다니 이게 어디 선진화된 군대에서 일어나기나 할 법한 일인가. 군에서는 오락과 휴식에도 군기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와중에 일부 육사 교수들은 연구비를 떼먹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니 위아래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북한 무인기가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의 심장부인 청와대 상공을 휘젓고 간 이면에는 이처럼 나사 풀린 복무자세가 장병 가운데 똬리를 틀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런 정신자세로는 수억 원 짜리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도입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북의 무인기에 뚫렸다고 우리 첨단장비인 무인정찰기를 기다렸다는 듯 공개한 군 수뇌부도 전략 부재의 무뇌아적 발상만 노출시켰다. 국가정보원이 기밀시설인 합동심문센터를 공개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안보 수뇌부들은 국방을 다지려는지, 전시(展示)를 하려는지 알 길이 없다. 북에 당하고 나면 습관적으로 고가 장비 구입 타령이나 하는 구태에서 깨어나 정신무장부터 단단히 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