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리금 분할상환 유도… 은행부실 차단·가계빚 감축 포석

입력 2014-04-10 02:03

금융감독원이 ‘고위험2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새롭게 분류, 위험 가중치를 차별 적용토록 한 것은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은행권은 새로운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맞춰 원리금을 함께 갚는 대출상품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대출의 금리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간의 주담대는 2011년 말 392조54억원에서 지난해 말 418조1211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나날이 커지는 주담대는 여전히 만기 일시상환 및 거치식 대출의 비중이 높아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여건 변화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높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원금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이렇게 되면 서민·중산층이 주택을 처분하거나 다른 대출을 일으켜 채무를 변제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하면서 “담보여력 부족에 따른 주담대 상환압력 증가는 결국 전체 가계수지 악화와 금융시스템 불안정으로 이어진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가계부채의 증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은행권의 건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권이 주담대 익스포저에 대한 위험 가중치 하한을 15%로 설정·운용토록 했다.

금융 당국이 고위험 주담대의 위험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고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 비중의 확대를 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도 세칙을 개정하며 고위험 주담대의 위험 가중치를 35%에서 50%로 상향 조정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도 전체 주담대 가운데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18.7%에 머무는 등 구조개선이 좀체 이뤄지지 않자 다시 강수를 쓴 것이다. 금융 당국은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2017년 말 40%까지 확대한다고 공언했었다.

은행권의 고위험 대출 취급을 줄이고 가계부채 총량까지 줄이려는 금융 당국의 복안은 현재까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개인금융 관계자는 “과거에는 만기 때 일정 금액을 갚아야 연장해 주곤 했는데, 요즘은 요청이 들어오면 그냥 연장해 주는 게 현실”이라며 “만기를 연장하면서 중간에 조금씩이라도 갚으면 가계부채가 줄어들 것”이라고 동의했다. 이 관계자는 “비거치식의 경우 20bp(1bp=0.01%)가량 금리를 낮춰주는 제도를 쓰고 있어 이와 유사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거치식 주담대 이용자들이 만기 시 원금의 10%를 바로 갚을 수 있는지 진통이 예상되기도 한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전체 경제의 소득 증가율보다 낮고,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 악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이자만 갚아오던 은행 고객들 입장에서는 원리금을 함께 갚아나갈 경우 현실적인 부담이 훨씬 커질 수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서 손해를 입지 않으려는 은행권이 기존 거치식 대출의 금리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원금 일부 상환을 못한 대출자의 금리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며 구조개선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경원 박은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