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장영기] 스모그, 중국 탓만 할 일 아니다

입력 2014-04-10 02:48


“대기오염 배출원을 전면 재점검하고 시민들이 취할 단계적 조치들도 마련해야”

지난해 가을부터 미세먼지 고농도 상태가 자주 나타나면서 중국발 스모그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이 표현을 자주 듣다 보니 시민들은 스모그의 원인이 모두 중국인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더구나 산업계는 스모그의 원인이 중국이므로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오해 뒤에 숨으려는 경향도 있다.

대기오염도는 장기적으로 배출량 변화의 영향을 받게 되고, 단기적으로 기상 조건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최근 자주 나타나는 고농도 대기오염은 배출량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상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이다. 중국 중북부 지역의 대기오염이 기상조건에 따라 우리나라로 이동해 정체하면 거기에 국내 대기오염 배출이 더해지며 고농도 상태가 심해지는 것이다. 앞으로도 배출량에 큰 변화가 없어도 기상 조건 변화에 따라 이러한 고농도 상황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 배출은 국제 협력 등을 통해 지속적인 저감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대기오염 배출의 저감 중요성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중국과 같은 대규모 대기오염 배출지역으로부터 대기오염 영향을 많이 받는 불리한 조건이므로 다른 나라보다 자국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미세먼지 특히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는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미세먼지(PM) 외에 대기 중에서 황산화물, 질산화물, 암모니아가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상당히 높다. 따라서 PM2.5를 줄이려면 2차 PM의 재료 물질이 되는 다른 대기오염 물질들의 배출도 동시에 저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초미세먼지 관리는 쉽지 않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이는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15년부터 시작되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 2단계 기본계획을 수립해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경유택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경유택시는 과거의 디젤 차량보다 미세먼지 배출이 적기 때문에 클린 디젤이라고 홍보하지만 여전히 디젤 PM을 배출시킨다. 더구나 기존 LPG 택시보다 훨씬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시켜 2차 PM이 생성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돼 전혀 ‘클린’하지 못하다.

디젤 PM은 위해도 측면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발암물질로서 대기관리의 우선적 규제 대상이 돼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했던 건설기계 농기계 선박 등에 대해서도 배출관리가 필요하며 도심지역의 디젤 경유 차량의 통행량을 줄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경유택시의 도입은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 관리와 시민 건강 측면에서 기존 정책에 역행하는 셈이다.

최근 미세먼지 이야기가 자주 뉴스에 나오면서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성이 도마에 자주 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 예보는 기상예보와 다르다. 미세먼지 고농도 예보 시 외출을 자제하라면서 마라톤 시합이나 야외 행사를 방치하는 것을 보면 예보를 왜 하는지 허탈할 뿐이다. 이제 정부는 고농도 대기오염을 예보하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어야 한다.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미세먼지 주의보는 시민들에게 불안감만 주거나 대기오염에 대한 무감각을 불러올까 우려된다. 중국발 스모그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최근 수년 동안 요란한 저탄소 구호 속에서 이산화탄소도 제대로 못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대기오염 관리대책의 재정비 필요성이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오염 배출량을 줄이는 데 소홀했던 배출원을 재점검하고, 단기적으로는 고농도 예보 시 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단계적 조치들이 수립돼야 한다. 시민들이 기상예보에는 우산을 준비하면 되지만 대기오염 예보 시 외출 자제 권고와 마스크를 준비하라는 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장영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