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국회’ 금배지

입력 2014-04-10 02:47

국회의원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으로서 권한이 막강한 대신 책임질 일은 거의 없기에 하는 소리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권한을 행사하기에 따라서는 국무위원인 장관 이상의 파워를 갖는다. 장관을 지낸 사람이 기를 쓰고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이유다. 노재봉 이회창 한명숙씨의 경우 국무총리를 거치고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에게는 고유의 특권이 있다.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이 그것이다. 소신껏 국정을 다루라는 취지일 것이다.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대선 때 여야가 특권을 일부 내려놓겠다고 공약했지만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국회의원 ‘유지비’는 엄청나다. 봉급에 해당하는 세비는 차관급에 불과하지만 입법활동비와 여비 등 각종 수당을 합하면 연간 2억원 넘게 지급된다. 비서실 운영비와 여러 명의 비서관 월급까지 합치면 국회의원 한 명을 유지하는 데 최소 5억원은 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금빛 배지가 제공된다. 국회의원이 금배지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금배지는 불과 6g짜리 순은으로 만들어졌으며, 겉에만 금을 입힌 것이다. 가격은 2만원 정도다. 대부분의 국회의원은 배지를 달고 다니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따가운 눈총 때문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상징인 ‘사랑의 열매’나 태극마크 배지를 다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다.

국회의원 금배지가 21년 만에 새 단장한다. 무궁화 속에 양각으로 새겨진 ‘國’을 ‘국회’로 바꾸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이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제5대(1960∼61)와 제8대(1971∼72) 국회 때 사용됐던 한글 문양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당시 한글은 ‘국’이었으나 이번에는 국회의원임을 명확히 한다는 뜻에서 ‘국회’로 결정했다.

국민들은 금배지 문양 변경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자세로 의정활동에 임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끊임없는 정쟁으로 개점 휴업하는 국회, 뇌물수수나 횡령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국회의원, 국익을 외면한 채 지역구 이권 챙기기에 혈안인 국회의원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싶을 것이다. 대한민국 선량(選良) 300명 모두가 언행을 방정히 함으로써 새 금배지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