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계모 학대사건' 사전에 보호할 기회 수차례 놓쳤다… “아동학대센터에 신고”
입력 2014-04-09 17:27
[쿠키 사회] 경북 칠곡군에서 계모에게 맞아 숨진 A양(사망당시 8세)에 대한 학대 신고가 반복됐음에도 아동보호기관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경찰에 따르면 A양의 담임교사 허모(36·여)씨는 2012년 9월부터 A양의 몸에서 멍 자국 등 발견했다. 또 A양이 팔이 부러져 펴지 못하는 등 심한 학대의 흔적을 인지했다. 허씨는 2013년 2월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의심신고센터에 신고를 하고 A양의 집에 찾아가 부모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학대 정황이 있을때마다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반복해서 신고했다. 하지만 아동학대예방센터의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기관은 상담사를 보내 부모를 상담하고 아이들에게 심리치료만 했을 뿐 학대의 대상인 임씨와 이를 방치한 아버지를 아이들과 격리하지 못했다.
허씨는 “신고를 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격리절차가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관계기관은 중립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해서 가정을 더 잘살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 갑자기 분리시키고 해체시키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담임교사는 지난해 6월 A양이 경북 칠곡군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A양의 새 담임교사에게 연락해 학대 사실을 알렸고 새 담임교사 역시 A양의 학대 흔적을 발견, 해바라기아동보호센터에 신고 했다. 센터에서는 조사를 벌여 형사고발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A양에 대한 학대를 막지 못했고 2개월 뒤 싸늘한 주검이 됐다.
허씨는 “아이가 사망하기 2개월전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안전한 곳에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A양의 친언니 B양(12)도 2012년 10월에 지난해 4월 부모가 자신과 동생을 때린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계모와 친부의 거짓말과 이들의 압력에 폭행당한 사실을 부인한 B양의 말만 듣고 그냥 돌아갔다. 아무런 후속 조치도 없었다.
아동보호기관과 경찰 등 관계기관이 안일한 대응으로 A양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아동보호기관은 적극적인 보호를 하지 못하고 부모 상담과 피해 아동들에 대한 심리치료 수준에 그쳤다.
경찰은 친모의 강압에 거짓 진술을 한 A양의 진술만 듣고 B양을 가해자로 지목해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 수사 기간 동안 계모와 A양을 격리시키지 않고 함께 지내게 한 것도 A양이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