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고속도로휴게소의 ‘뽕짝’ 소음공해

입력 2014-04-10 02:59


들뜬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탄 여행객들은 맨 처음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기분이 엉망이 되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왜냐고요?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볼륨을 높인 뽕짝 메들리의 소음공해 때문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듣는 사람이 있든 없든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뽕짝 메들리 소음은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한국만의 문화이기도 합니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휴게소는 176곳에 이릅니다. 이 중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휴게소에는 ‘하이샵’이라는 이름의 가판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값싼 차량용품을 비롯해 등산용품, 음반 등을 판매하는 하이샵은 손님들을 끌기 위해 휴게소가 떠나갈 정도로 쩌렁쩌렁한 뽕짝메들리를 틀어놓고 있습니다. 행락철에는 술 취한 단체관광객들이 하이샵 주변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등 꼴불견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소음공해 주범인 하이샵의 전신은 불법 노점상입니다. 2∼3년 전까지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불법 노점상의 물건은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법치국가에서 경찰력을 동원해 철거하면 될 일이지 이용객들에게 사지 말라고 호소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국가기관이 단속이 아니라 호소를 한 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불법 노점상 운영에는 각종 이권단체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생존권 차원에서의 반발이 워낙 거세다보니 강제철거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사, 그리고 노점상 단체는 한발씩 양보해 ‘하이샵’ 브랜드로 양성화 하는데 합의했습니다.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를 시작으로 트럭을 개조한 불법 노점시설을 철거하고 가판대를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차공간이 확보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결 산뜻해졌습니다. 하이샵 브랜드 양성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도 보호하고 상품에 대한 신뢰감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소음공해입니다. 대부분의 가판대가 화장실 옆에 설치되다보니 휴게소 이용객들이 느끼는 소음공해는 오히려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품격 있는 휴게소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사, 그리고 하이샵 운영단체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소음공해 추방에 대한 지혜를 모아보면 어떨까요?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