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선택
입력 2014-04-10 02:29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 뒤 혼기에 있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교회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결정한다’는 등 많은 말이 생겨났다. 행복과 불행, 선과 악, 생명과 사망, 성공과 실패, 희망과 절망, 승리와 패배, 부요와 빈곤, 높고 낮음도 모두 선택의 결과다. 신앙의 선택이 천국과 지옥을 결정한다는 말도 절대 진리다.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리나’에는 마음에서는 선택했으나 행동으로 선택하지 못한 슬픈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코젠세브와 바렌카는 서로 사랑해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한다. 버섯 따러 간 날 청혼하려 했지만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못한 채 버섯 이야기만 하고 돌아온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선택은 무의미하다.
서머셋 모옴의 대표작 ‘달과 6펜스’는 고갱을 모델로 쓴 소설이다. 달이나 6펜스(영국의 최저 단위의 은화)는 둘 다 은색으로 빛나는 둥근 모양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예술을 추구하는 달 같은 인생이냐, 돈이나 명예를 추구하는 세속적 6펜스 인생이냐는 선택에 달려 있다.
인도의 간디는 런던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호화롭게 살 수 있었지만 거절하고 고난 받는 민중의 길을 택해 2338일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위대한 정신’의 칭호를 얻었고 존경받는 인물이 됐다.
생성 과정의 아픔과 고난 때문에 ‘얼어붙은 눈물’로 불리는 진주는 아비큘리데라는 굴에서 만들어진다. 이 굴 속에 모래가 들어오면 굴은 나카(nacre)라는 물질을 만들어 모래알을 싸 바르기 시작한다. 나카가 많이 덮일수록 진주는 커지고 값도 비싸진다. 하지만 굴 속에 들어오는 모래가 다 진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래가 들어올 때 굴은 진주를 만드느냐, 무시해 피차에 망하느냐를 선택한다.
장자옥의 ‘마지막 남은 생명’이란 글에 두 사형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사형수는 죽기 전에 고기나 실컷 먹고 싶다며 자신의 몸을 해부용으로 팔기로 하고 선금으로 10만원을 받아 고기를 주문했으나 3만원어치도 먹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다른 사형수는 자신에게 남은 전 재산 1만5000원을 어디에 사용할까 고민하던 중 형무소에 위문 온 찬양대와 전도사님을 만나 좋은 일에 써달라는 말과 함께 드렸다. 그 전도사님은 교도소 내에 예배당을 지으며 그 돈으로 강대상을 봉헌했고 헌당식 날 그 사형수 이야기를 들려주자 모두 감동했다. 그 후 사형수는 감형으로 살아났다.
선택이 인생을 결정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도 있고 자발적 의지에 따른 선택도 있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섭리와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을 고백한다. 하지만 삶의 순간에는 나의 결심과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