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임순 (11) 아이들 장애 딛고 대학 진학·결혼 ‘행복한 사건’이

입력 2014-04-10 02:12


2000년대 들어 애광원은 지역사회를 섬기며 지역 주민들과 애광원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특별지원사업으로 시작된 원예치료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에 개방해 주민 가운데 원예치료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거제도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애광원의 풍광을 다른 장애인 및 노약자들과 나누기 위한 산책로도 국민은행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애광원을 찾는 이들이 차를 마시며 거제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윈드밀 테라스도 만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직업재활시설 ‘애빈’ 훈련생들이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누며 서비스 실습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한 ‘사건’도 많이 생겨났다. 2004년에는 성인 지적장애인 공동체 성빈마을에 거주하며 애빈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던 최화자씨가 재가 장애인과 결혼했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서로를 보살피며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며 참 뿌듯하고 행복했다. 최씨 부부는 명절 때가 되면 찾아와 근황을 전하곤 하는데, 부부가 함께 장애를 극복하며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에는 애광원에서 자란 지영모군이 애광원 출신 지적장애아동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대학교에 진학했다. 전남 목포에 있는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에 입학한 영모는 애광원에서 10년간 생활했는데, 어려서부터 혼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9살 때부터 음악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꾸준히 애광학교의 교육을 잘 따라와 준 영모가 대학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부디 영모가 앞으로 남은 3년여의 대학 교육을 잘 마쳐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

2008년에는 거제애광학교 음악동아리 ‘해피니스트’가 독일로 연주여행을 다녀왔다. 해피니스트는 2003년 초 애광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만든 음악동아리다. 어려서부터 사물놀이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몸에 익히고 성장과 발달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 학생들은 그해 6월 22일부터 9일 동안 독일 렘스-무어 통합시의 초청으로 장애인 특수학교인 프뢰벨학교와 중증장애인시설 존넨호프, G-Rock 페스티벌 등에서 공연을 했다. 이 여행은 해피니스트 단원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가슴 속 이야기들을 사물놀이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삶의 기쁨을 경험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2012년 11월 27일은 정말로 뜻 깊은 날이었다. 애광원 창립 60주년 기념일이었기 때문이다. 1952년 11월 7명의 전쟁고아와 함께 시작된 애광영아원은 1970년대 말 지적장애인 거주시설로 바뀌었고, 지역 주민을 위한 어린이집과 장애인 특수학교, 직업재활시설과 중증장애인시설, 공동생활가정까지 6개의 시설을 운영하는 종합사회복지법인으로 발전했다. 돌이켜 보면 어느 한 가지도 쉬운 일이 없었다. 특히 장애인시설이 거의 없었던 1980년대 초 전국에서 모여든 지적장애인들과 씨름하며 학교와 직업재활시설, 중증장애인시설 등으로 세분화해 최선을 다해 장애인들을 섬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며 하나님의 은혜였다.

2005년부터는 매년 교보생명이 여름방학에 실시하는 청소년자원봉사캠프가 진행된다. 이 캠프는 전국의 청소년들이 모여 거제도애광원을 비롯한 7∼8개 시설에서 봉사의 중요성과 보람 등을 경험하는 행사다. 매년 전국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애광원을 찾아와 지적장애인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친구가 되곤 한다. 자연스러운 교제는 청소년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자아의식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교보생명처럼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활동에 나서주는 후원자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정리=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