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⑬ 문명숙 라루체 코스메틱 대표
입력 2014-04-10 02:22
“횟집-영화사-화장품회사…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이끌려 사업”
문명숙(59) 라루체 코스메틱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6년간 횟집을 운영한 문 대표는 2010년부터 2년간 영화사 대표를 지냈다. 같은 해 비손선교회를 설립해 미자립교회와 중국·아프리카 선교사를 후원한 그는 작년부터 화장품 기업 대표로 변신했다.
횟집 주인에서 영화사와 선교회, 화장품 기업 대표까지. 다양한 직함을 갖게 된 이유로 문 대표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꼽았다. 하나님의 인도로 영화와 화장품에 대한 문외한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일견 무모해 보이는 답변이다. 그럼에도 그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사업 부침으로 인생에서 하나님을 더 깊게 만났다”는 그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의 회사에서 만났다.
골프에 미친 횟집 여주인, 예수 꿈을 꾸다
문화연필 설립자를 조부로 둔 문 대표는 유복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만큼 씀씀이도 컸다. 쇼핑을 좋아하던 그는 남편의 월급만으론 생활을 꾸리기 힘들어 친정에서 돈을 받아썼다. 경제적 자립 방법을 궁리하던 그에게 시댁이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을 인수할 것을 권했다. 횟집이 유망해 돈을 잘 번다는 이유에서다. 장사를 한 번도 안 해봤지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데 마음이 끌린 문 대표는 횟집을 인수했다.
돈 버는 재미로 밤낮없이 일하자 가게는 크게 번창했다. 개업 3년 뒤 한 달 순익이 2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수입이 좋았다. 하지만 마음은 갈수록 공허해졌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그는 골프를 시작했다. 운동 삼아 시작한 골프는 어느새 중독 수준이 됐다. 그는 고가의 장비를 사들여 주말마다 근교 골프장을 다녔다.
그러던 1999년 어느 날, 골프를 다녀온 문 대표는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운 그는 그날 밤 광채가 나는 흰옷을 입고 왕관을 쓴 사람이 자신을 안는 꿈을 꿨다. 꿈속의 사람은 “내가 너를 쓰리라”란 말을 남기고 그의 머리에 왕관을 씌웠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예수님이더라고요. 그때는 교회를 안 다녔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가족도 모두 교회를 안 다녔기 때문에 제 얘기를 듣고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절 병원에 데려갈 정도로 크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정상’이란 소견을 내놨다. 안정제 처방으로 진료는 끝났지만 문 대표는 그날 꿈에서 본 존재를 잊지 못했다. 1년 뒤 이웃의 인도로 상도중앙교회를 찾은 그는 그곳 십자가에서 꿈에서 본 빛을 발견했다. 그날 당장 교회에 등록한 문 대표는 쇼핑과 골프를 끊고 지인과 친구를 전도하러 다녔다.
“주변에선 모두 ‘골프에 미치더니 이젠 예수에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더군요. 그래도 아랑곳 않고 전도했지요. ‘세상의 화려함이 다 헛되다. 말씀과 찬양으로 감동을 주는 세계를 더 많이 알리자’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골프장에 가 ‘골프보다 더한 행복이 교회에 있다’고 전도하며 10년간 전도왕을 했습니다. 이 꿈을 전후로 삶이 완전히 바뀐 셈이죠.”
실수도 손해도 하나님이 쓰시리라
횟집으로 소위 ‘대박’을 친 문 대표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 건 영화 때문이다. 2010년 그는 영화사 메이플러스의 대표가 됐다. 영화에 관심이 있어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김진홍 감독이 그에게 기도를 부탁한 게 계기가 됐다. 영화 ‘회초리’에 문 대표가 직접 투자할 뿐 아니라 투자자를 모아주자 김 감독은 영화사 대표직을 제의했다. 40일 기도 후 이를 수락한 그는 매주 제작진과 기도하며 1년간 영화 제작 지원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흥행 성적표는 다소 초라했다. 영화는 1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문 대표는 영화 제작 중 발생한 수억원의 빚을 고스란히 갚아야 했다. ‘기도의 동역자’인 투자자들은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생각에 자신을 용서할 수 없던 문 대표는 2년간 두문불출해 성경말씀과 기도에만 파묻혀 지냈다.
“2년간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제 신앙을 점검했어요. 사업이 잘되고 전도왕이 되면서 혹시 나도 모르는 교만함이 있진 않았을까 회개했지요. 이때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지만 주님과 더 가까워진 시간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은 문 대표가 낙망 속에 있을 때도 능력을 발휘했다. 함께 선교활동을 펼치던 한 지인이 문 대표를 위해 기도하던 중 ‘화장품’이 떠올랐다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권유한 것.
“화장품 사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망설였지요. 과연 ‘이 길이 맞는지’ 놓고 기도하던 중 마침 오송 화장품 뷰티 세계 박람회가 열렸고, 거기서 제가 구상하던 화장품 제조회사를 만났습니다. 이번 사업도 이전에 절 도왔던 믿음의 동역자들이 도와줬고요.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절대 못할 일이죠. 그래서 저는 이 모든 일이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 온전히 한 일이라 믿습니다.”
문 대표는 좋은 제품으로 정직하게 수익을 올려 선교에 이바지하는 화장품 기업을 일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간 윤택한 삶을 위해 사업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바른 사업가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일하고 싶어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고 그분의 인도대로 기업을 이끄는 주님의 여성 CEO가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문명숙 대표
△1955년 서울 출생 △1988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집 황금어장 운영 △2008년 비손선교회 설립 △2010∼2012년 메이플러스 대표 △2010년 영화 회초리 제작 △2014년 영화 96.5(가제) 제작 참여 △2013년 라루체 코스메틱 대표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