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파장] 세금만 축낸 무기 도입 사례 보니…
입력 2014-04-09 03:18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주요 항만 해저에 센서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정, 상륙함의 이동상황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해저음향감시체계(SOSUS)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잠수함의 기습적인 침투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우리 군은 일부 지역에 센서를 구축해 시험사용을 해 봤으나 곧 포기했다.
서해지역은 중국 상선 수백 척이 오가는 데다가 평균 4∼5노트로 움직이는 조류 때문에 잡음이 지나치게 많아 정확하게 탐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 잠수함과 잠수정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함정의 고유음문이 센서에 입력돼야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 함정의 고유 음문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다. 기초적인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다가 수억원을 날린 셈이 됐다.
이처럼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 때마다 급하게 도입하거나 추진한 전력 증강계획 중에는 천문학적인 예산만 쏟아 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비싼 운용유지비를 지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같은 해 11월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군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밀리에 ‘번개사업’을 추진했다. 연평도와 백령도에 위협적인 북한의 해안포에 대응하여 구룡(다연장로켓)에 시커를 장착해 정확하게 해안포를 타격하는 방안과 단거리 탄도탄에 지상기반항법장치(GBNS)를 부착해 갱도 속에 있는 해안포를 타격하는 방안이었다.
전자는 국내에서 개발키로 했다가 기술적인 한계로 폐기되고 결국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GBNS탄 역시 선행연구 단계에서 연구개발에 실패해 결국은 미군의 군용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언제 개발이 완료될지 아직도 모르는 상황이다. 총 사업비가 6000억원 이상 투입될 예정이지만 전력화 여부도 불투명하다.
또 2012년 10월에는 동해 22사단에서 북한군 병사가 전방경계소초(GOP) 철책을 넘어온 사건, 소위 ‘노크 귀순’이 발생하자 뒤늦게 긴급소요를 제기해 윤형철책을 설치했다. 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는 윤형철조망을 설치해 무용지물이 됐다.
앞서 1994년 도입이 결정돼 2001년 배치된 금강 정찰기(호크 800) 역시 비싼 운용유지비와 소프트웨어 교체비용으로 군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린다 김’ 사건으로 알려진 사업으로 도입된 금강정찰기의 기체는 전 세계에서 우리 군만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각종 부품이나 장비들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해 비싼 도입비용을 지불했을 뿐 아니라 4∼5년마다 교체되는 소프트웨어도 엄청난 비용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응책 모두가 들끓는 국민 여론을 우선 잠재우고 보자는 식으로 사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되면서 국민들의 세금만 축냈다. 더구나 국방부는 이들 사업이 그 이후 어떻게 추진됐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북한의 도발을 해외 무기 도입을 위한 기회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무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늘 새로운 유형으로 도발하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그때마다 계획에 없던 무기체계를 서둘러 도입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증강사안을 다뤄온 한 육군 예비역 중장은 8일 “한 나라의 무기체계는 정확한 위협 판단 하에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에 따라 구축되어야 한다”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졸속적으로 이뤄지는 무기도입은 군 전력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 민간 무기 전문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급하게 무기를 도입한 경우 항상 ‘탈’이 났다”며 “제대로 활용이 안 되거나 구입비보다 더 비싼 운영유지비를 내고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