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마다 한 발 물러서는 선택… ‘安 새 정치’ 번지수 잘 찾고 있나

입력 2014-04-09 02:15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기초선거 공천문제를 당원과 국민에 묻겠다는 ‘깜짝 선언’을 발표하면서 그의 정치적 행보에 논란이 일고 있다. 현실정치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갈지(之)자’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새 정치와 신뢰를 강조해 온 안 대표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가 중대 국면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은 이번까지 모두 네 번째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야권 단일후보를 양보했을 때만 해도 ‘아름다운 양보’ ‘정치권의 새 바람’ 등의 호평이 많았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막판에 경선을 하지 않고 후보직을 내려놨고, 올 3월 독자신당 창당을 목전에 두고는 갑작스럽게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각각 이유와 명분은 있었지만 적지 않은 국민이 의아해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예상 밖의 ‘제3의 선택지’를 택하는 방식은 안 대표의 정치스타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안 대표가 평소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 정치”라며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 왔음에도 결정적 순간마다 한 발 물러서거나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선택을 반복하면서 새 정치라는 브랜드에도 흠집이 나고 있다. 전환의 국면에서 뚝심과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지지층에 실망을 안기고, 이들이 이탈하는 사태까지 반복되고 있다.

안 대표가 자신의 결정을 밝힌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 측 이용경 표철수 최고위원 등은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親)안철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 역시 “원칙대로 가야 한다”며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참석자들 간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안 대표 측 인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안 대표 측 한 최고위원은 “이제 통합한 지 열흘밖에 안 됐는데 이런 식으로 안 대표가 흔들리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새 정치를 한다고 통합한 건데 도대체 무슨 기득권을 내려놨느냐”면서 “무공천마저 안 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이계안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무공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