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도발 때마다 졸속대응… 전략적 必敗”
입력 2014-04-09 03:17
軍원로·전문가들, 무인기 대응 문제점 지적
#1. 2011년 8월 10일 북한군은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해안포 및 방사포의 발사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연평도에 배치돼 있던 대포병레이더 아서(Arthur)는 사격원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아서는 1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연평도에 배치돼 있던 대포병레이더 AN-TPQ 36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급하게 도입한 신형 대포병레이더였다. 대당 120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였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운영 유지비용 역시 도입가격만큼이나 많이 든다.
#2. 1996년 9월 18일 강원도 강릉시 지역에 무장공비 26명을 태운 북한 잠수정이 침투했다. 49일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24명을 사살했다. 나중에야 밝혀졌지만 북한 공작원들은 잠수정을 타고 여러 차례 동해안 지역을 제 집 드나들듯이 오갔다. 이 사건 이후 군은 동해안 전 해안에 철책을 설치했다. 일단 막고 보자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은 2000년대 들어 모두 제거됐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우리 군이 취해 온 졸속 대응의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우리 군은 종합적인 전략전술보다는 해당 도발을 막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즉흥적인 전력증강에만 집착해 왔다. 현존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곧바로 대응 무기체계를 사들여오는 손쉬운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또다시 지난 2일 해외로부터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인천의 백령도와 경기도 파주, 강원도 삼척에서 추락한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한 대응책이다. 이스라엘제 라다와 영국 플렉스렉사 저고도 레이더로 각각 대당 10억원과 3억∼4억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제품을 북한 무인기가 침투할 경로에 촘촘히 배치할 경우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북한 무인기 운용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응책이라는 점이다. 저고도 탐지레이더 도입에 따른 제대로 된 효과 분석도 없었다.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A씨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군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이에 대응하는 무기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북한에게 전략적으로 필패(必敗)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장기 전력증강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기전문가 김병기씨는 “무인기 침투가 새로운 양상이지만 이보다 더 중대하고 시급한 위협이 있다”며 “북한 위협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판단한 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