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와 11번째 FTA 체결… 2조7000억 달러 교역시장 열렸다
입력 2014-04-09 03:22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장관은 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한·호주 FTA는 우리나라의 11번째 FTA이고, 박근혜정부 들어 첫 공식 타결된 FTA다.
◇1인당 소득 6만7556달러 시장 열리다=한·호주 FTA로 우리나라는 48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 (GDP) 가운데 57.3%가 우리와 FTA 관계가 됐다. 한국과 호주의 GDP를 합하면 2조7000억 달러이다. 지난달 정상 간 타결이 선언된 한·캐나다 FTA는 아직 공식 서명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같은 공산품 수출에서 유리해지게 됐다. 호주 공산품 시장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아세안(ASEAN)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은 아직 호주와 FTA를 맺지 않았지만 호주·태국 FTA를 활용해 태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수출하며 간접효과를 얻고 있다. 정부는 “우리 기업도 일본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호주 수출에서 20.5%를 차지한다. 중·소형 가솔린차는 FTA가 발효되면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호주는 석유, 가스를 제외한 광물자원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철광석의 72%, 석탄의 44%, 알루미늄광의 77%를 호주에서 수입했다. 정부는 “호주의 1인당 소득은 세계 6위인 6만7556달러로 구매력이 상당해 교역 확대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호주 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우리의 호주 투자가 더 많아 유리하다는 평가다.
◇국회 비준 쉽지 않을 듯=호주산 쇠고기는 관세가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 점유율은 55.6%였다. 정부는 쌀, 분유, 과실, 대두, 감자, 굴, 명태 등 다른 주요 민감 품목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 농축수산업계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무제한으로 외국산 농축수산물이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2027년 무관세를 목표로 관세 철폐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달 타결이 선언된 한·캐나다 FTA, 협상이 진행 중인 중국 및 뉴질랜드와의 FTA도 농축수산물 관세 인하나 철폐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애벗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번 FTA는 양국간 무역·투자·고용창출·시장 확대 등에서 가시적인 효과는 물론 사회·문화 등 양국 관계 전반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신창호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