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발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흔들릴까
입력 2014-04-09 02:02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바꾸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은 7일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기준으로 ‘공정가액(시가)’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자사의 대주주나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보유할 때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되, 기준은 유가증권을 사들일 당시의 ‘취득가액’을 적용하고 있다. 이 의원은 1962년 이후 이 조항이 50년 넘도록 바뀌지 않고 있으며 은행·증권·자산운용사는 시가 기준으로 보유한도를 적용하는데 보험사만 예외라고 지적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대주주 및 계열사 주식·채권을 총자산의 3%를 초과해 보유한 보험사는 삼성생명뿐이다. 이 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2월 말 시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18조6000억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 총자산의 3% 한도는 4조7000억원이다. 보험업법이 발의안대로 개정된다면 삼성생명은 한도를 초과하는 계열사 주식 13조9000억원어치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삼성생명이 만약 삼성전자 지분(7.6%)을 처분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 경영권이 흔들려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8일 “보험사는 자산을 장기로 운용하는데, 유가증권을 시가 평가에 따라 수시로 처분한다면 자산 운용의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의원과 일부 시민단체는 그러나 개정안에 5년간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삼성생명 측이 충분히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대적 M&A 우려에 대해 이 의원은 “삼성전자 주주 구성에 비춰볼 때 삼성생명 보유 주식을 처분한다고 해서 외국인에게 당장 지배의결권이 넘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