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금소위 설립 논란] 알맹이는 뒷전, 기구 설치만 관심

입력 2014-04-09 03:40


국회 정무위원회가 10일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칭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 개정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연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 4월 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으로 촉발된 독립적 금소위 설치 방안은 금소위만 새로 분리·설립하자는 주장(정부안)과 이참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금융감독체계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야당)이 맞서며 지금껏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며 시작된 논의에서 정작 소비자 보호는 실종되고 ‘기구 설치’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8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구를 만든다는데 지금까지 나온 논의를 들여다보면 기구를 만드는 데만 집중돼 있다”면서 “소비자 보호를 어떻게 지원할지 등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 큰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모두 5개에 달하지만 모두 금융감독체계를 어떻게 개편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낸 방안은 현재 금융위가 정책부문을 담당하되 금감원과 금감원에서 분리시킨 금소위 등 2개의 감독기구를 컨트롤하는 방식이다. 그에 맞춰 금융위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능을 확대한다.

야당은 이 같은 방안이 금융위 권한만 늘리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야당 내 의견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금융위를 둘로 쪼개 금융산업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소비자보호·감독 기능만 남기는 방안부터 금융위를 두 조직으로 운용해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이 각각 두 곳으로 분리되는 방안 등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체계 개편이 소비자 보호에 어떤 식으로 기능할지에 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구 마련을 논의하는 공청회에 관련 소비자 단체 참석 요청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 이슈만 감독하는 전담 기구는 필요하지만, 지금 논의는 금융감독체제 개편 쪽으로 너무 확대되면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빨리 방안을 확정하고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를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관여하는 기구의 독립성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 교육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단체들이 전문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