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시아 시위 동부지역 3곳, 우크라이나 軍투입 부분 진압

입력 2014-04-09 03:35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우크라 동부도시 도네츠크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7일(현지시간) 전투 부대를 투입, 국가안보국 건물을 점거한 친(親)러시아 시위대를 끌어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친러 시위대의 ‘봉기’는 하루 만에 부분적이나마 진압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투 부대 투입은 친러 시위대가 이날 오전 도네츠크 주정부 청사에서 자체 회의를 열어 분리·독립을 의미하는 공화국 주권 선언서를 채택한 지 수 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투 부대는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원으로 위장한 미 용병부대 ‘블랙워터’ 대원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크림자치공화국 사태와 달리 신속하게 ‘대(對)테러 작전’에 나선 것이다. 국가안보국 건물을 탈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정부 청사 진압에는 실패했다.

도네츠크는 2월 우크라이나에서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우크라이나 정부는 도네츠크 봉기가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각본이라고 의심한다. 크림 사태처럼 친러 시위대의 독립 선언→러시아 평화유지군 파병 요청→러시아 편입 위한 주민투표→러시아와의 병합 수순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병력을 먼저 배치, 러시아 군대가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러 시위대가 분리·독립을 선언한 다른 동부도시 하리코프와 루간스크에도 이날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투입됐다.

미국은 제2의 크림 사태 재현을 막기 위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4자 협상을 추진 중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화통화를 통해 “4자 협상을 10일 내 여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림 사태 재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도네츠크 등은 크림 때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지적했다. 도네츠크 등이 다음달 초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예고하고 있는데 크림 때처럼 압도적 지지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림의 경우 러시아계 주민이 58%로 과반이어서 러시아 병합 찬성률이 96%나 됐지만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계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러시아 역시 병합에 적극적이던 크림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