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동중국해 방공구역 충돌

입력 2014-04-09 03:35

“미국은 고식양간(姑息養奸)하지 말라.”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이 8일 오전 국방부 청사인 ‘바이다러우(八一大樓)’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고식양간’이란 ‘원칙 없이 관용을 베풀어 나쁜 짓을 하도록 조장한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은 일본의 행동을 단속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고 홍콩 봉황(鳳凰)TV가 전했다.

창 국방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에 대해 “일본을 감싸고돌지 마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손님을 맞은 자리에서 한 말로는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다.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관련해 양측이 날카롭게 대립했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이러한 발언을 하면서 영토 주권과 관련해 한 발짝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즉 “영토 주권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면서 “중국은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타협하거나 양보하거나 거래를 할 수 없다. 털끝만큼의 침략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는 갈등을 야기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중국은 영토수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창 국방부장은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고 있던 시간에 미 하원이 ‘2014년 대만관계법과 군함이전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헤이글 장관과 동행한 AP, AFP통신 등은 “헤이글 장관은 회담에서 창 부장에게 ‘중국은 영유권 갈등 중에 있는 섬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헤이글 장관은 또 “미국은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일본지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이날 오전 바이다러우에서 창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3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등 환영 의식에 참가한 뒤 중·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군사위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양측이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두 장관이 동중국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민감한 발언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했다.

해방군보는 회담에서 두 장관이 중대한 군사훈련과 관련해 서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공군의 군사안보 문제와 관련한 행위준칙에 대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