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VS 수하르토 향수… 인도네시아 4월 9일 총선

입력 2014-04-09 02:05


오는 7월 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인도네시아에서 9일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총선에서 일정 비율 이상 득표해야만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있는 독특한 인도네시아만의 제도로 이번 총선은 사실상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서민적 이미지로 변화를 강조하는 야당과 향수를 자극하는 옛 집권 세력간 대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총선이 아니라 대선 전초전=2억2000만명의 인구 중 유권자는 1억8650만명으로 국회의원 560명과 상원 격인 지역대표회의 의원 132명, 주의회 의원 2137명, 시·군의회 의원 1만7560명을 선출한다. 후보만도 20만명에 달한다. 32년간 철권통치를 일삼던 수하르토 대통령이 1998년 물러나면서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그러나 외신 및 인도네시아 언론은 이번 선거보다 오히려 오는 7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의 승자가 7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유는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선거법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대선 후보는 오직 정당만이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정당은 의회에서 20%의 의석을 갖고 있거나 총선에서 25% 이상 득표를 얻어야 후보 추천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정당 간 합종연횡에 따른 득표율도 인정한다. 이 때문에 군소정당이라도 여러 당이 합쳐 25%를 넘길 경우 대통령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이 이끄는 야당인 투쟁민주당이 30% 내외의 높은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실시된 자카르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조사결과 투쟁민주당은 20.1%를 기록해 골카르당(15.8%), 집권 민주당(5.8%)을 크게 앞섰다.

◇변화 VS 향수=투쟁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서민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가구 수출업을 하기도 했던 그는 중부 자바의 중소도시 수라카르타 시장에서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에 당선되며 중앙 무대에 얼굴을 알렸다. 그는 최저 임금 40% 인상, 빈곤층 복지정책 확대, 무상교육 등의 친서민 이슈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 수라카르타시를 문화와 예술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가 중앙 정계의 부패와 관련이 없는 신선한 인물이라는 데 많은 유권자가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총선의 경우 위도도 지지자가 5%가량 더 투표장에 가는 ‘조코위 효과’가 나타나 80%의 투표율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AP통신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집권 10년 동안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로 젊은 유권자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가 변화를 추구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기반이었던 골카르당은 수하르토 집권기가 지금보다 나았다며 노년층을 중심으로 수하르토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골카르당은 총선을 앞두고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장녀인 시티 하르디잔티를 선거운동원으로 임명해 표 끌어 모으기에 나섰다. 여기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로 자카르타 전략군 사령관으로 재직시절 인권 침해에 관여했다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거린드라당 총재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