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께는, 가는 길도 이토록 아름답다
입력 2014-04-09 02:46
아름다운 교회길/전정희 글, 곽경근 사진/홍성사
교회에 가는 길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묵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들에 의해 개척된 교회 길은 신앙공동체를 꾸렸고 기도로 이어져 왔다. 때론 그 길 위에서 고초를 겪었고 축복을 받았다. ‘아름다운 교회길’의 출발도 그러했다. 국민일보 대중문화팀 전정희 선임기자와 사진부 곽경근 선임기자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오늘날 화려한 도시 이편 웅장한 교회가 소금의 맛을 잃어가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습니다. 다행인 것은 지금도 도시 저편 낮고 초라한 많은 교회가 초대교회 소금 맛으로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전국의 아름다운 교회 20곳을 소개한다. 전 선임기자가 취재해 글을 썼고 곽 선임기자는 사진을 찍었다. 강원도 철원 장흥교회부터 제주 남단의 모슬포교회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세월,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해온 성도들을 이야기한다.
경북 안동의 일직교회는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 선생이 마지막까지 섬긴 곳이다. 이 교회는 결핵 등의 지병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그에게 교회 문간방을 내줬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을 발표한 권 선생이 진정으로 불리기 원했던 호칭은 ‘경수 집사’ ‘종지기 권정생’이다. 경수는 권 선생의 어린 시절 이름이다. 경수 집사는 1967년부터 16년간 일직교회 종지기로 살며 교회가 있는 조탑마을을 벗어나지 않았다. 매일 새벽 4시와 오후 6시, 하루 두 번 종 치는 영광을 소홀히 하기 싫어서다.
부산 중구 책방 골목길에 위치한 중부교회는 한국 근현대사의 예언자적 공간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영화 ‘변호인’ 속 인물들이 한 번쯤은 지나쳤을 법한 교회다. ‘부림 사건’에 연루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교회 청년들이었다.
“중부교회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시대적 소명에 앞장서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시대 상황과 무관치 않다. 1972년 10월 유신헌법이 발효되고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중부교회 청년들을 비롯한 부산의 의식 있는 청년들은 중부교회에 모여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무를 놓고 기도했고, 예수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는 응답을 받았다. 부산 교계의 보수적인 풍토에서 중부교회 청년과 목회자들의 광야의 소리는 비록 작았으나 그 파장만은 실로 컸다. 부산 민주화운동의 발원지가 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240쪽)
중부교회 취재를 마친 저자는 고백한다. “책방 길을 경계 삼아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처럼, 자신을 희생해 평화의 메신저가 된 예수처럼, 교회는 오늘도 그 자리에 그렇게 서서 세상의 빛이 되고 있다”고.
지금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아름다운 교회길, 그 ‘좁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자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